아침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갔던 추위가 주춤한 것 같다.지난 주말에는 꽁꽁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다소 풀린 듯하다.바깥 날씨가 이렇게 얼었다 풀렸다 하는 사이에도 평창올림픽의 시계는 변함없이 돌아간다.2월 9일 올림픽 개막식까지는 열하루가 남았다.세계 각 나라의 선수들도 속속 입국해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멋진 경기를 고대해 온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손꼽아 지는 날일 것이다.

스포츠를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평소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경기에 임해서는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것이 스포츠다.상대와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리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자신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도전하고 때로 실패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스포츠의 힘이고 정신이다.올림픽은 그 스포츠 정신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다.

강원도는 2010년과 2014년 대회 유치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뒤 3수만에 이번 대회를 따냈다.지난 2011년 개최권을 따낸 이후 7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이제 개막을 앞둔 시점에 와 있다.경기장과 접근교통망을 비롯한 모든 준비가 차질 없이 완결돼 간다는 것은 다행이다.막판에 북한의 참여가 전격 이뤄지면서 평창올림픽의 역동성이 커졌다.성공의 첫 번째 관문은 9일의 개회식 테이프를 잘 끊는 것이다.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리게 될 대관령의 야외무대에서는 최고의 순간을 연출하기 위해 연습이 진행 중이다.혹한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9일 오후8시에서 10시까지 두 시간여에 걸쳐 진행될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올림픽 개회식은 그 나라의 기술과 문화,국가 역량의 총합을 드러내는 무대다.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그날 이 무대를 통해 강원도와 대한민국의 진면목이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23일에는 개회식의 스토리라인도 공개됐다.개회식 주제는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다.평화는 올림픽의 정신이자 이번 대회를 관통하는 최대의 키워드다.강원도의 다섯 아이를 등장시켜 한반도의 시련과 아픔,열정과 희망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한다.대관령의 추위와 2월의 밤이 있는 그대로 배경이다.온갖 악조건을 정면으로 헤쳐 나가는 개막식 준비 과정에서 또 다른 올림픽 정신을 본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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