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라마·제이지 본상 수상 실패…그래미 보수성향 재확인

▲ '그래미의 남자' 브루노 마스
▲ '그래미의 남자' 브루노 마스
브루노 마스가 제60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본상 4개 부문 중 3개 부문 트로피를 쓸어담았다.

브루노 마스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제60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등 주요상을 휩쓸었다. 이 상들은 신인상과 더불어 장르 구분 없이 시상하는 4대 본상에 속한다.

그는 2016년 말 발표한 노래 '댓츠 왓 아이 라이크'(That's What I like)로 '올해의 노래', '베스트 R&B 퍼포먼스', '베스트 R&B 송'(Best R&B Song) 상을 거머쥐었고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 '24K 매직'으로 '올해의 레코드', '베스트 R&B 앨범'(Best R&B Album), '베스트 엔지니어드 앨범'(클래식 제외) 등 총 7관왕에 올랐다.

브루노 마스는 트로피를 받으면서 로드, 제이지, 켄드릭 라마 등 다른 후보들을 언급하며 "덕분에 항상 최선을 다했다. 여러분은 음악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고 제게 경쟁심을 심어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제가 15살 때 하와이에서 관광객 1천여명 앞에서 노래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베이비페이스 등의 노래로 퍼포먼스를 했는데, 전 세계 관광객들이 즐거워하며 춤추더라"며 "저는 이번 앨범으로 그때처럼 사람들을 기쁨에 넘치게 하고 싶었다. 이 상을 그분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 브루노 마스와 카디 비의 합동공연
▲ 브루노 마스와 카디 비의 합동공연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그래미는 여전히 힙합에 인색했다.

래퍼 제이지는 이번 시상식에서 정규앨범 '4:44' 로 8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최다부문 후보자가 됐지만 무관에 그쳤다.

켄드릭 라마 역시 정규앨범 '댐.'(DAMN.)으로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다만 켄드릭 라마는 '댐.'의 수록곡 '험블'(Humble)로 '베스트 랩 퍼포먼스'상과 '베스트 랩 송' 상, '베스트 뮤직비디오'상을 받았다. 리아나와 함께 부른 '로열티'(Loyalty)로는 '베스트 랩/성 퍼포먼스'상을, 이 노래들이 수록된 앨범 '댐.'(Damn)으로는 '베스트 랩 앨범'상을 받아 5관왕을 기록했다.

그는 '베스트 랩 앨범' 트로피를 받은 뒤 수상소감에서 "랩은 제게 큰 의미가 있다. 이 음악 덕분에 제가 이 무대에 서고, 우리 가족에게 음식을 갖다줄 수 있었다"며 "하지만 가장 큰 의미는 우리가 힙합 덕분에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게 막대한 영향을 준 많은 아티스트들, 특히 제이지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고 덧붙였다.

▲ 수상 소감 말하는 켄드릭 라마
▲ 수상 소감 말하는 켄드릭 라마

이날 엠넷에서 그래미 어워즈 중계를 맡은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켄드릭 라마와 제이지가 여러 부문의 후보로 올랐다는 건 힙합이 완전히 주류에 진입했다는 걸 의미한다"며 "그러나 힙합이 여전히 본상에서 대우받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DJ 배철수도 "예상을 뒤엎고 브루노 마스가 '올해의 앨범상'까지 가져갔다. 힙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일제히 비난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라틴팝 '데스파시토'(Despacito)의 주인공 루이스 폰시도 무관에 그쳤다. 그는 '올해의 노래' 등 3개 부문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했다.

모든 신인 가수가 꿈꾸는 '베스트 신인 아티스트'상은 캐나다 출신의 알레시아 카라에게 돌아갔다. 알레시아 카라는 "어릴 때부터 이 순간을 꿈꾸며 상상했다"며 "저뿐만 아니라 좋은 음악을 만드는 모든 분에게 좋은 기회가 균등하게 돌아가길 바란다"고 감격했다.

지난해 세계에 '셰이프 오브 유'(Shape of you) 돌풍을 일으킨 에드 시런은 이날 시상식에 불참했지만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상과 '베스트 팝 보컬 앨범'상을 받아 2관왕에 올랐다.

코미디언 제임스 코든의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은 세계 최고의 팝스타가 펼치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켄드릭 라마가 'XXX'로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데 이어 레이디 가가,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 카디비와 브루노 마스, 핑크, 스팅, 샘 스미스, 리아나, 엘튼 존과 마일리 사이러스 등이 무대에 올라 화려한 라이브를 선보였다.

특히 케샤는 신디 로퍼, 카밀레 카베요, 줄리아 마이클스, 안드라 데이 등 여성 뮤지션들과 성폭력 피해의 아픔을 녹여낸 곡 '프레잉'(Praying)을 열창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미국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가 주관하는 그래미 어워즈는 팝, 록, R&B, 힙합, 재즈 등 대중음악 전 장르를 망라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이날 총 84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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