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7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간,필자는 서울의 한 호프집에서 고향친구들과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그날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IOC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날이었다.평창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친구들이라 소란한 술자리임에도 모두가 발표를 하는 자크 로게 당시 IOC위원장의 입을 주시하고 있었다.드디어 그의 입에서 “평창”이 울려퍼졌다.

발표 순간을 숨죽여 지켜보던 고향 친구들은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그 자리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박수를 치며 반겼고,우리 일행의 고향이 평창이라는 말에 축하의 말도 잊지 않았다.강원도 작은 동네에 불과했던 평창이 7년 후면 세계인의 관심속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지역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동시에 우리나라가 서울 하계올림픽에 이어 30년만에 동계 올림픽까지 개최하는 나라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고향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그 후로도 한동안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올림픽이 유치되고 준비가 한창이던 시기,외국인들에게는 ‘평창(Pyeongchang)’이라는 발음이 어려워 ‘평양(Pyeongyang)’과 헛갈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외신에 따르면 실제로 평창을 방문하려다 평양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하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세계인의 뇌리속에는 차츰 평창이 각인되기 시작했다.특히 세계 유일 분단지역인 강원도에서 올림픽이 개최됨으로 인해 어느 대회보다 ‘평화’의 가치가 소중한 것임을 기억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최근 난데없이 ‘평양 올림픽’이 등장했다.이번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기로 하면서 대규모 응원단과 공연단이 파견되고,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두고 야당 일부에서 평양 올림픽이라고 비꼰데서 비롯됐다.물론 이는 정치적 공세를 위한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그러나 ‘평양 올림픽’ 운운하는 것은 열악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성공을 위해 애써온 강원도민을 우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7년 전,강원도민은 자크 로케 위원장의 ‘평창’이란 한 마디에 꿈을 꾸기 시작했고,오늘까지 달려왔다.더 이상 평창 올림픽을 욕보이지 말라.우리가 평창이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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