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국제비엔날레 3일 개막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악의 사전’
23개국 60여 작가 작품 110여점
미디어·조각·설치·회화·퍼포먼스
내일 언론 사전공개 내달 18일까지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컨벤션홀 내부를 리모델링한 A홀.
국립현대무용단 최수진 무용수
리 빈 유안 작 ‘죽음 없는 사랑’

▲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컨벤션홀 내부를 리모델링한 A홀
▲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컨벤션홀 내부를 리모델링한 A홀
역사적으로 자행된 비극적 사건들을 예술로 기록한 ‘악(惡)’의 페이지가 펼쳐진다.문화올림픽 대표 전시 프로그램인 ‘강원국제비엔날레’가 오는 3일 오후 2시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 ‘악의 사전(The Dictionary Of Evil)’을 주제로 개막한다.도내 첫 대규모 국제미술전시로 국내외 정상급 작가들이 수준 높은 작품과 퍼포먼스로 관람객을 맞이한다.전시는 내상의 경험과 기억,인본주의와 인간가치 등을 화두로 내세워 23개국 60여작가가 작품 110여점을 선보인다.화합,상생,평화 등 올림픽정신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접근한 미디어,조각,설치,회화,퍼포먼스 등 수준 높은 현대미술작품이 총망라된다.


비엔날레는 개막 전부터 파격적인 주제로 이목을 집중,주제를 어떻게 펼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홍경한 예술총감독은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지난해 전시관으로 활용했던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컨벤션홀을 비롯,추가 가설건축물을 건설했다.기존 컨벤션홀은 A홀,추가 가설건축물은 B홀로 구분해 공간별로 특색에 맞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A홀에는 공간 특성상 주로 사진,회화,설치미술 등의 작품들이 전시됐으며 공연장에서는 고 박종필 작가의 ‘거리에서’ 등 영상작품이 상영된다.1~3층 전시장에는 스위스 ‘토마스 허쉬혼’,레바논의 ‘아크람 자타리’,콜롬비아의 ‘라파엘 고메즈 바로스’ 등 28개 팀이 참여,비교적 정적인 감상을 통해 현실을 되돌아보도록 유도한다.

800여평 규모로 건축된 B홀은 이색적인 공간으로 꾸며져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흡사 ‘지옥’을 연상시키는 공간으로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고 절규하는 각각의 작품들이 배치됐다.김승영 작가의 ‘바벨타워’,한 사이 포 작가의 ‘검은 숲(Black Forest)’,조덕현 작가의 ‘꿈-조덕현 이야기’ 등 관람객은 무질서하게 배치된 작품들 사이를 거닐며 능동적인 감상에 빠진다.특히 태백의 광부 사진작가 전제훈 씨가 탄광 막장의 삶을 담은 ‘블랙 마스카라’ 시리즈는 컨테이너 내부를 실제 탄광처럼 연출,손전등을 켜고 작품을 감상하도록 연출해 광부의 현실을 마주한다.야외 전시작품은 이완 작가의 ‘인간에 대한 선험적 예측’이 유일하며 A홀에서 B홀로 이동하는 길목에 놓여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표현한다.

개막하는 3일에는 모두 다섯 팀의 오프닝 퍼포먼스가 펼쳐진다.주요 공연으로 국내 정상의 미디어 아티스트팀 ‘태싯그룹’이 오는 3일 오후 3시 B홀 무대에 오른다.3인으로 구성된 ‘태싯그룹’은 다매체적 예술형식을 통해 새로운 예술에 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아티스트 팀으로 소리로 보고 눈으로 듣는 예술에 기술을 더해 절묘한 판타지를 구현한다.

도내에서 흔히 보기 어려웠던 퍼포먼스도 다양하게 마련됐다.신제현 작가는 3,4일,25일 B홀 입구 인근에서 ‘해피밀’이라는 퍼포먼스작품을 선보인다.상호 참여적 퍼포먼스로 5톤 짜리 크레인이 전시장 내부로 진입해 ‘식탁’을 들어올린다.지상 4~5m 높이로 올라간 사람들은 공중에서 토속음식을 먹고 대화하는 등 일상적인 식사시간을 갖는 장면이 실시간 프로젝션으로 구현된다.

이밖에 국내 최초로 중국 현대미술가인 리 빈 유안의 ‘죽음 없는 사랑(Deathless Love)’이 소개된다.작가는 동일한 모양의 쇠망치 150개를 서로 부딪혀 깨부수는 행위를 통해 폭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표출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개성의 획일화,과도한 경쟁 등 현대사회가 지닌 문제들을 보여준다.

흑표범 작가는 한국사회의 이슈로 확대되고 있는 이주여성 문제를 행위예술로 표현한다.작가는 사전 모집을 통해 강원도 이주여성 6명을 퍼포머로 선발하고 사전 워크숍을 진행했다.작가와 이주여성 등 7명은 신체와 사물을 활용한 소리들을 발산하며 A홀과 B홀 곳곳을 씨끄럽게 이동한다.15분 내외의 즉흥 오케스트라 퍼포먼스인 이 행위는 흩어졌다 모이기,숨었다 나타나기,소리 내며 이동하기 등 우연성과 계획성이 어우러진 행동들을 통해 한국사회에 배어있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차별과 갈등을 다룬다.

국립현대무용단 최수진 무용수와 심승욱 작가는 컬래버레이션 퍼포먼스를 선사한다.심승욱 작가의 설치작품 안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는 타인의 폭력과 상처에 둔감한 현대인의 행태를 시각예술에 무용을 접목해 풀어낸다.

세계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하는 강원국제비엔날레는 2일 오후 2시 프레스프리뷰를 통해 언론인들에게 사전 공개되며 다음날인 3일 오후 2시 개막식 개최를 시작으로 패럴림픽이 종료하는 3월 18일까지 진행된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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