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스스로 판 범죄 구덩이에 꼼짝없이 갇혔다.그 것도 비열한 ‘성범죄’다.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검사가 ‘내부 고발’ 형태로 밝힌 성 범죄는 충격적이다.그는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허리와 엉덩이를 감싸 안고 수회 만지는 상당히 심한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사건 이후 검찰의 처신은 더 가관.사과는커녕 사건과 별개인 업무감사를 벌인 뒤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다.검찰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며 정의가 아닌 악의 편에 선,참으로 부끄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서 검사의 폭로는 검찰 조직에 드리워진 성 범죄의 어두운 그림자를 속속들이 보여준다.‘검찰 개혁’을 위해서라며 그가 밝힌 성범죄 유형은 파렴치범의 그 것과 다르지 않다.더욱이 서 검사가 들었다는 ‘여성은 남성의 50%’,‘여자는 발목이 가늘어야 한다’ 등의 말은 쉽게 쓰거나 들을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양성평등에 대한 검찰의 지적수준을 의심케 한다.외부의 힘에 의한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반증.검찰은 더 늦기 전에 성 범죄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더 추락할 곳도 없지 않은가.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 사건으로 촉발된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는 뜻)’은 이제 대세로 자리잡았다.팝가수 레이디 가가,컨트리 가수 레베 매킨타이어,오프라 윈프리 등이 캠페인에 동참했다.윈프리는 특히 “여성은 강하다.이제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을 밝히자”고 독려한다.프랑스에서는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드뇌브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여성 100명이 “유혹이나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행동은 범죄가 아니다.남성들에게 증오를 표출하는 페미니스트들을 배격한다”고 주장했다가 거센반발에 부딪힌 것.놀랍게도 반전의 주인공은 프랑스 집권당 의원 등 프랑스 사회 각계 ‘남성 30인’이었다.

성희롱과 성폭력 등 성 범죄는 더 이상 은폐 대상이 아니다.남녀 불문,반드시 응징해야 한다.백장미가 ‘#미투 운동(Me too)’의 상징으로 굳어지며 세계 곳곳에서 희망,공감,저항의 물결이 일렁인다.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서 검사의 용기가 ‘침묵의 카르텔’을 뒤흔든 것이다.그가 검찰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을까.아니다.서 검사의 용기가 속으로 썩어 문드러진 검찰을 살릴 것이다.O2!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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