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현 문화부장
▲ 박창현 문화부장
“문화올림픽이 자칫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강릉시는 지난 달 31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올림픽 개막전야축제로 기획된 ‘파이어 아트 페스타2018’ 프로그램의 핵심콘텐츠인 ‘파이어 퍼포먼스’를 불허한다고 밝혔다.경포해변에 설치한 대형작품을 불태우는 과정에서 자칫 산불 등 화재위험이 높다는 게 주이유다.이로 인해 당초 오늘(2일) 저녁 예정된 문화올림픽 전야프로그램은 사실상 버닝퍼포먼스를 제외한 전시 위주의 반쪽행사만 치를 것으로 보인다.그 동안 3개월여동안 엄동설한에 행사를 준비해 온 주최측과 10개국 30여명의 작가들은 불과 이틀 전 전해진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허탈감을 넘어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특히 ‘파이어 아트 페스타’는 국내에서 보기드문 ‘불축제’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중국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준비단과 호주TV 등 해외 방문객과 국내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초청된 터라 아쉬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작가들은 “예술행위가 불장난으로 취급당한것 같아 매우 불쾌하다”며 곱지않은 감정을 보이고 있다.전 세계에 사전 홍보된 문화올림픽의 전야행사부터 꼬이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공연일정에 대한 이미지 추락은 물론 국격에도 흠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문제는 이번 사례를 돌이켜 보면 문화올림픽 준비과정의 소홀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강원도와 문화올림픽통합추진단은 지난 달 30일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와 전반적인 안내를 위해 ‘미디어 데이’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돌연 취소했다.언론매체의 관심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전날 오전 도청에서 열린 도지사 주재 올림픽 브리핑에서는 김태욱 문화올림픽 총연출감독을 비롯한 감독단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북한 삼지연악단공연에 따른 기존 공연일정의 변동여부에 쏠렸다.공연준비상황에 대해서는 질문 조차 없었다.더욱이 삼지연악단공연 영향으로 오는 10~12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예정된 국립발레단 공연이 연기되거나 조정됐지만 이날 현재까지 일정변경에 대한 공식적인 홍보는 전무한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당초 지난 달 25일 월정사 오대산사고전시관에서 개막예정이었던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특별전’은 아직까지 문도 열지 못하고 있다.올림픽을 맞아 국내외 방문객에게 우리의 찬란한 문화를 보여주기 위한 프로그램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과연 문화올림픽 유산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선다.이 같은 일정의 혼선은 국가적 거대이벤트를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강원도문화올림픽추진단의 역할을 탓할수만도 없다.국비 지원이 지연돼 불과 두달전인 지난 해 11월에서야 프로그램별 대행사를 선정하는 등 어수선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2018평창문화올림픽이 내일(3일) 공식 개막해 3월 18일 패럴림픽 폐막일까지 44일간의 일정에 돌입한다.고대올림픽 당시 문학,음악 등 예술종목에서 금메달 경쟁을 벌였듯이 이번 평창문화올림픽에도 보다 열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문화예술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자체의 초당적인 협력,강원도민의 성원이 문화금메달의 토대라 할 수 있다.‘올림픽도 문화’라는 자긍심을 갖고 마지막 뒷심을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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