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혹독한 오지마을 겨울
춘천 사암리 한낮에도 영하권
이틀에 한번 6t 급수지원 부족
봄 영농 준비·외출조차 버거워

10여일째 몰아치는 기록적인 한파로 시민들은 그 어느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특히 오지에서는 유일한 식수원인 지하수까지 얼어붙는 탓에 때아닌 식수난까지 겪고있다.5일 오후 1시 춘천 동내면 사암리의 한 오지마을.한낮이지만 수은주가 가리키는 온도는 영하권에 머물고 있다.

주민 이성근(69)씨가 언 손을 녹여가며 겨우 지은 밥으로 점심식사를 했지만 설거지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식수가 모자른 상황에서 설거지에 물을 쓰면 저녁식사를 지을 물이 남아있을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지난달 말부터 하루도 빼지 않고 이어진 강추위로 마을 주변에 흐르던 계곡물이 꽁꽁 얼어붙어 물탱크가 텅 비어있다.지하수 관정 역시 얼어 수도꼭지로 물을 받아본지 오래다.

급기야 지난주부터 이틀에 한번 꼴로 소방서에서 6t씩 생활용수를 공급받고 있지만 마을내 10가구가 쓰기에는 역부족,반나절도 안돼 동이난다.세수를 하루 한번으로 줄이는 등 물 사용을 최대한 줄였지만 식수를 걱정하는 건 마찬가지다.며칠 전 이씨는 세수물이 없어 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아들집에 가서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씨는 “살다 보니까 평생 이런적은 처음이다”며 “여름에도 없었던 일이 겨울에 물이 얼어 씻지도 못하고 빨래도 못할 줄 정말 몰랐다”고 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춘천 사북면 고탄리의 주민들도 최강 한파와 식수난으로 힘겨운 겨울나기를 이어가고 있다.봄이 오면 다시 쓸 농기구를 손질해야 하지만 살을 에는듯한 맹추위에 영농 준비는 커녕 바깥 출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이곳 역시 생활용수를 긴급지원받고 있다.주민 박정훈(61)씨는 “여름에도 없던 일이 벌어져 올해 정말 한파가 무엇인지 실감하고 있다”며 “빨리 날씨가 풀리길 기다릴 뿐이다”고 말했다.

연일 이어지는 한파와 식수난은 춘천 뿐만 아니라 도내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도내 공급한 식수와 생활용수는 총 978t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삼척이 156t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춘천(137t),정선(108t),태백(101t),영월(87t) 순이다. 한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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