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민낯’이 있다.원래는 화장 안 한 얼굴을 뜻하지만 보통 수식어로 쓸 때는 적나라하게 치부가 드러났을 때를 묘사한다.박근혜의 민낯 갑질 사령관의 민낯 등 비도덕성을 강조하는 민낯은 표리부동 정도가 상상 이상일 때 등장한다.흔히 부정적 의미로 만천하에 공개되는 오욕의 민낯이 이번에는 달랐다.8년 전의 성추행을 메인뉴스에서 고백한 서지현 검사는 용감하고 솔직 담백한 민낯이 얼마나 박수받을 일인지를 증명해 보였다.타임지는 내 고통이 타인의 이야기거리로 회자되어야하는 성적 수치심을 감내하면서까지 # Me Too 운동으로 민낯을 드러내보인 전 세계의 그녀들을 올해의 인물로 꼽았다.

시인 구상의 시 ‘꽃자리’에는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가 나온다.각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반성과 회한으로 평온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데 근데 내가 지은 감옥이 내가 지은 것이 아니고 타인의 범죄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떡하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내 감옥을 만든 사람이 단죄 받아야 내가 자유로울 수 있다.

그동안 어디 숨어있었나 싶을 정도로 우리 사회 미투 운동이 서검사를 계기로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그녀들의 동참은 서검사에 대한 응원이고 남성위주의 성문화에 대한 인식전환의 요구이다. 그리고 성범죄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한 혼신의 노력이고 성평등 사회의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서검사의 2차 피해가 심한 모양이다.우리 뇌는 윤리적 판단에서 조차 이성보다 감정에 영향받는다고 전문가는 말한다.허위소문등의 2차 피해는 반드시 말해야할 사람이 꼭 해야할 말을 못하게 하는 구시대적 유산이다.이유 여부와 상관없이 서검사 고통에 무조건 공감하고 함께해야한다.피해자는 성추행 이후 치열하게 마음앓이를 하고 있는데 가해자는 죄의식조차 없다는 것이 모순인 까닭이다.우리는 서검사 사건의 해결을 지켜보면서 우리사회 성숙도를 가늠해 볼 것이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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