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규 전 강원도의회 의장

▲ 최재규 전 강원도의회 의장
▲ 최재규 전 강원도의회 의장
세상의 흐름은 종잡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예측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적에 해당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감정의 급등락은 쉬이 짐작하기 어렵다.

강릉과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면서 이에 맞추어 온갖 기반시설들이 정비되었다. 이중 가장 주목할 것이 경강선이다. 이 경강선은 기존의 영동고속도로와 영동선 철도를 새롭게 대체하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지난 2017년 12월에 등장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개통된 경강선은 강릉과 평창의 지역발전을 수십 년은 앞당겼다고 말들을 한다.

사람들은 새롭게 개통된 경강선을 타보려고 야단이다. 실제 경강선을 타보면 예상보다도 많은 인원들이 경강선을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강선 철도의 개통은 필연적으로 지역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단 강릉시내 운송업계는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급증한 여행객들을 실어 나를 택시, 시내버스업계는 이처럼 내심 환호성을 지르지만, 이에 반비례해 고속버스업계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관련산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의 감정이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는데, 그렇다고 하여 KTX의 개통을 되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쯤에서 발전적으로 생각하자면, 잘 되는 업종은 이를 더욱 키워 이로부터 파생하는 부가가치를 피해를 입는 다른 업종을 지원하는데 사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에 최소한 이에 관한 논의와 대책마련이 있어야 한다.

KTX 개통으로 수반할 강릉 사회의 변동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KTX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KTX와 관련한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방안이 우선 고려된다. 양질의 여행객들을 오래도록 강릉에 잡아둘 수 있는 볼거리와 즐길거리의 정비는 시급하다.

필자는 이쯤에서 강릉의 자랑거리인 ‘바다’를 생각한다. 강릉은 강릉단오제를 비롯한 수많은 유무형의 문화유산들을 자랑한다. 그런데 젊은 세대들도 이를 즐길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젊은 세대들을 강릉이 지닌 문화유산의 관광으로 이끌어 들일 개연성이 상당히 약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죽헌을 구경하기보다는 바다의 커피솝을 찾을 것이고, 선교장에 머무르는 것보다는 일출을 볼 수 있는 바닷가 숙박시설을 이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젊은 세대들에게 오죽헌을, 선교장을 자랑하며 관광을 권유하는 것은 그나마 강릉으로 온 발걸음을 되돌려 쫓아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젊은이들에게는 젊은이들의 문화에 맞는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강릉 해변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서핑보드 등 해양레포츠의 육성은 시급한 일이다. 아직 정비되지 않은 해양레포츠야 말로 KTX의 개통으로 인해 가장 각광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이다. 제대로 육성한 해양레포츠 하나만으로도 강릉의 관광은 신기원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며, 관련산업에도, 하다못해 요식업종에 이르기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KTX의 개통은 강릉에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겨주었다. 이를 여하히 활용하는가에 따라 21세기 강릉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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