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새로운 의제와 쟁점이 쏟아진다.잠시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평창올림픽을 겨냥한 북한의 파상공세가 특히 그렇다.북한은 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단일팀과 응원단,공연단을 파견하는데 이어 고위급 대표단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포함시켰다.‘평창 대공세’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백두혈통’이 공식적으로 남한을 방문하는 정교한 프로파간다!파격이다.그녀의 방남 소식과 함께 남한은 유례없는 논란에 휘말린다.핵과 미사일을 가린 ‘위장 평화’라는 시비와 더불어.

올해 대한민국에 던져진 제1 논제는 ‘개헌’이었다.그러나 평창올림픽이 임박하며 북한 이슈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개헌,평화,소득주도성장,노인빈곤,저출산,일자리,4차 산업혁명 의제는 모두 제자리에 멈췄거나 뒷걸음질 치고 있다.서민들에게 절실한 ‘밥그릇’ 문제마저 ‘북한 블랙홀’에 빨려들었다. 이러다간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가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깨어있는 시민의식을 갖자’는 호소가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대 송호근교수는 그의 책 ‘나는 시민인가’에서 ‘타협할 줄 알고 공익에 긴장하는 사람’을 교양 시민이라고 했다.그러면서 개인당 평균 2~3개의 사회단체에 참여해서 ‘계급장 떼고’ 토론을 벌일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토론을 통해 시민의식이 싹튼 ‘깨어 있는 시민들’에겐 정치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면서.‘시민교육이 희망이다’는 책을 쓴 장은주씨도 “민주주의는 더 이상 교육 대상의 일부가 아니라 교육의 목적이자 대상이며 방법 그 자체”라며 민주주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때 교양 시민이 양성된다고 말한다.지금 이 순간,우리사회에 절실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다시,토론을 말한다.정치권이든 시민단체든 토론과 원칙에 충실할 때다. 김정은 사진과 인공기를 태울지라도 분노와 폭력을 앞세우기보다 ‘왜 태우는지’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토론은 곧 말하는 기술이다.말을 통해 ‘타협’ 할 수 있어야 한다.아무리 내 주장이 옳아도 타인에게 유무형의 해를 끼치는 순간,교양시민에서 멀어진다.민주시민으로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지금 대한민국엔 국가 전체의 공동선을 지향하는 ‘민주적 애국심’이 절실하다.북한 이슈가 사라지지 않는 한.

강병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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