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루시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 황루시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드디어 오매불망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2018동계올림픽이 우리 강원도에서,내가 사는 강릉에서 열리고 있다.개최도시민으로 감격이 남다르다.KTX는 물론이고 거리 곳곳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북적이니 하루아침에 강릉이 국제도시 반열에 올라간 듯도 싶어 왠지 어깨가 으쓱하다.

2018동계올림픽의 성격은 처음부터 문화올림픽으로 규정되었다.빙상종목이 열리는 강릉에는 올림픽 기간 동안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문화행사들이 넘쳐난다.경기입장권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에 비해 공연,전시,체험으로 구성된 대부분 문화행사는 돈을 받지 않아 접근이 용이한 편이니 강릉시민에겐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강릉의 미래를 생각할 때 가장 주목받아야 할 사건은 바로 강릉아트센터의 개관이다.강릉아트센터야말로 경강선 철도 개통과 더불어 2018동계올림픽이 강릉에 준 최대의 선물이라고 할 것이다.

강릉은 유난히 공연예술이 척박한 도시다.강릉단오제의 전통이 짱짱하게 살아있는 덕분인지 야외에서 하는 행사에는 사람들이 잘 모인다.장대비가 내려도 단오장은 붐비고 특히 단오길놀이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신의 행차를 보기 위해 모여든다.전통의 힘은 강해서 정월대보름 망월제는 물론이고 복원한 대도호부관아에서 하는 행사나 경포해변에서 하는 행사에도 늘 사람들이 넘쳤다.그러나 극장에서 하는 공연문화는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실토하자면 나는 오랫동안 강릉사람들이 공연예술에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그나마 유일한 극장이었던 문화예술회관에 서울에서 평판이 좋은 공연이 초청되어 와도 극장은 늘 한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관객은 바보가 아니다.아무리 좋은 레퍼토리도 제대로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질이 떨어지게 마련이다.질 떨어지는 공연을 좋아라 볼 사람은 없는 것이다.결국 그동안 강릉의 공연예술이 발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물리적 궁핍에 있었다.한 마디로 강릉에는 극장이 없었다.제대로 무대를 설치하고 음향이나 조명을 사용할 수 있는 극장이 없었기에 전통문화도시 강릉은 공연예술 불모의 도시라는 어둠을 내포한 채 오늘까지 왔던 것이다.

강릉아트센터는 개관 기념공연으로 뮤지컬 갈라콘서트 ‘천개의 달빛’을 올렸다.시작할 때 잠깐 선보인 미디어아트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무대장치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은 공연이었다.내용도 지극히 대중적인 레퍼토리들로 구성되었다.하지만 관객의 반응은 열광적으로 뜨거웠다.물론 가수의 노래가 뛰어난 곡도 있었고 ‘빌리 엘리어트’를 공연한 어린 배우의 실력이 신통하기도 했을 것이다.그러나 감격의 근원은 극장 자체에 있지 않았을까.오케스트라가 있고 운동장처럼 넓은 무대에 빈틈없는 음향,섬세한 조명,안락한 분위기를 주는 극장 자체가 강릉시민들을 제대로 감동시킨 공연이었다.

경험이 사람을 만든다.그리고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법이다.강릉아트센터는 올림픽극장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앞으로 어떤 공연을 기획,지속할 것인가에 따라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새로운 문화도시 강릉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미래를 상상할수록 기분이 좋고 웃음이 나온다.올림픽,진정 인류 문화발전에 공헌하는 축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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