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채린 원주 호저초 교사
▲ 이채린 원주 호저초 교사
방과후 교실 앞 복도.가방을 베개 삼아 또는 가방은 저 옆에 던져놓고,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거나 혼자서 노는 아이들.손에는 모두 스마트폰을 들었다.고개를 숙이고 쭉 내민 모습이 마치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같은 게임을 한다면 그나마 머리 맞대고 응원을 하거나 핀잔을 주는 모습이라도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조용히 게임만 한다.게임 속 주인공을 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눈동자,손가락,헤 벌린 입.수업이 끝나고 방과후 교실이 시작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보통 이런 모습이다.

아이들을 탓하는게 아니다.운동장에 나가서 놀기엔 짧은 시간이다.교실 앞 복도에서 놀아야 하는데 뛰어놀면 시끄럽다고 꾸지람을 듣는다.나갔다 들어오는데 시간이 다 가는 것도 모르고 ‘위험하니까 나가놀라’고 한다.쉽게 손에 잡히는 놀잇감이 스마트폰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인지도 모른다.만약 스마트폰이 없다면 달라질까? 1,2학년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 3~6학년 아이들과 사뭇 다르다.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일단 밖으로 나간다.술래잡기,사방치기,잡기 놀이는 물론이고 그네만 타도 재미나게 논다.돌봄교실에서 놀 때도 레고,색종이,색칠놀이,실뜨기,공기놀이,손뼉치기(쎄쎄쎄) 같은 놀이를 한다.

저학년,고학년이기 때문에 다른 것일까? 손쉽게 주어지는 놀잇감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요즘 까페에 가면 함께 온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종종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어른들을 종종 볼 수 있다.내가 그렇다.딱히 급하거나 중요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습관, 중독이다.SNS를 들락거리며 ‘좋아요’를 누르느라 정작 앞에 앉은 사람에게 온전히 마음을 쏟지 못한다.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 두면 조금 낫다.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스마트폰이 제일 ‘가까운’ 장난감이 돼버렸다.스마트폰이 다른 놀거리를 다 제쳐버렸다.

강원도교육청에서 시범으로 실시하는 ‘놀이밥’이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으로,복도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어른도 손에서 놓기 힘든 스마트폰,아이들은 오죽할까.

여러 가지 놀이를 알려주고 놀잇감을 곳곳에 두어서 아이들이 손쉬운 놀잇감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무작정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너희에게 좋지 않으니 쓰지 말아라’ 가 아니다.아이들과 스마트폰의 좋은 점,나쁜 점을 나누고 어떻게,언제,하루에 몇 분을 쓸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약속을 함께 정하고 스스로 지키도록 서로 어깨 두드려주어야 한다.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집에서는 부모님,형제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앞으로 방과후 교실 앞 복도에서 머리 맞대고 함께 노는 아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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