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개막한 평창올림픽도 두 번의 주말을 지나고 이제 마지막 남은 1주일을 시작한다.개막이 엊그제 같은 데 대회가 벌써 종반을 향한다.혹한과 강풍으로 일부 경기가 조정되기도 했으나 이런 예측불허의 변수 또한 올림픽의 한 과정일 것이다.지난 주말은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인 설과 어우러지면서 한층 풍성한 올림픽이 됐다고 본다.전 세계인이 우리 고유의 문화를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설 명절과 올림픽은 잘 통하는 데가 있다.오래 헤어져 살던 가족이 고향을 찾는 것이 설이다.그렇게 가족친지와 이웃을 만나고 공동체의 가치와 연대를 확인하는 것이 우리의 고유 명절이다.인류의 화해와 평화를 희구하는 올림픽 정신과 다를 것 없다.지난 주말 연휴는 그야말로 동계올림픽과 설 명절을 동시에 즐기며 보낸 특별한 기간이었다.올림픽을 통해 남북한이 손을 잡은 것도 그 의미를 더했다.
이렇게 막힌 대화 통로를 튼 것은 다행이지만 올림픽 이후를 속단하기 어렵다.단일팀이 꾸려지고 선수와 응원단,대표단이 오가고 있지만 이산의 아픔은 그대로다.2017년 한 해 3795명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사망했다.북한의 올림픽 참여가 결정되고 인적 왕래가 이뤄진 1월 중에도 455명이 이산의 한을 안은 채 숨을 거뒀다.이산문제를 푸는 것이 올림픽 이후를 가늠할 선결 조건이 될 것이다.
오늘은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다.지난 4일 입춘(立春)에 이어 두 번째의 봄 절기에 해당한다.아직 매서운 바람이 한 겨울을 방불케 하지만 이 무렵이면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한다.당장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뚜벅뚜벅 다가서는 봄이 있다는 얘기다.올림픽이 끝날 때쯤에는 봄기운이 한층 더 드러날 것이다.올 봄에는 저 북녘의 대동강으로부터 따뜻한 봄소식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