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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는 강릉, 빛과 그림자

최동열 2018년 02월 21일 수요일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강릉 성내동 택시부광장 부근 빵집을 찾았다.강릉사람이라면 ‘아∼그집’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름난 빵집이다.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아직 해가 중천인데 진열장에 빵이 없다.그냥 한두가지 도너츠 정도만 남아있는 상황.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가게 밖으로 줄을 섰다.대충 도너츠 몇개를 챙겨서 골목길을 나서며 “무슨 빵 가게에 빵이 없어∼”하면서 불만반,놀라움반을 섞어 혼자 볼멘소리를 주절대는데,지나가던 40대 쯤의 남자가 “빵이 없어요?”하면서 난처한 표정으로 묻는다.이 남자 참 재미있다는 생각에 “어디서 왔어요”했더니,경기도 일산에서 KTX타고 왔단다.“조금 전 저쪽 포남동 000빵집에서 2시간을 줄서 기다린 끝에 겨우 인절미 00빵을 사고,이리로 급히 이동중”이라는 대답이 더해졌다.

빵 사러 강릉까지 온다고.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엄연한 현실이다.그런 일이 있은 후 며칠 뒤 포남동의 그 유명한 빵집을 지나가다가 필자는 또 한번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날 유난스런 추위에도 불구하고 족히 300명은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작은 빵집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는 광경,상상이 되시는가.

강릉에 그렇게 줄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몇해전부터 짬뽕과 칼국수,순두부,물회 등 유명 맛집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더니 KTX 개통 후에는 곳곳의 줄이 훨씬 길어졌다.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한 그림이다.그런데,올림픽 축제가 한창인 이때,아우성이 들린다.언필칭 강릉관광의 1번지로 통하는 경포의 횟집거리와 정동진 등지는 요즘 올림픽 도시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한산하다.한 횟집 주인은 “외국인들을 위해 횟집에서 불고기 메뉴까지 만들었는데,손님이 없으니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한숨지었다.이런 음식점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급기야 강릉시청 구내식당이 휴무에 들어가는 일까지 벌어졌다.지난 2015년 ‘메르스’ 공포가 덮쳤을 때 시행됐던 관공서 식당 휴무를 올림픽 황금시즌에 보게되다니.역대급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올림픽 방문객이 없는게 아니다.올림픽 입장권 판매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고 올림픽파크와 강릉역,선수촌·미디어촌 주변,전통시장 등은 연일 줄서는 인파가 꼬리를 문다.강릉시내에 마련된 네덜란드 등 각국의 홍보관도 밤마다 대형 파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떠들썩하다.결국은 올림픽 방문객의 발길이 시내 전역으로 퍼지지 못하고,올림픽촌 등 특정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문제다.각국의 홍보관에서 밤마다 맥주와 댄스,공연을 즐기는 외국인들은 말한다.“강릉에 놀 곳이 많지 않다”고.해묵은 과제가 외국인 손님들의 입을 통해 또 한번 확인되는 셈이다.때마침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새겨들어야 할 쓴소리 조언을 내놓았다.“평창올림픽을 개최했다고 해도 미국·유럽의 겨울 스포츠 애호가들이 아시아까지 오는 일은 요원하다.평창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는 동남아와 중국 등 아시아 겨울 스포츠의 허브로 입지를 다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충고다.

KTX 강릉역에서는 오늘도 서울행 심야 기차가 승객들을 기다린다.강릉 거리에 줄서는 사람이 늘어나도,놀 곳이 없다면 KTX는 빨대에 불과하다.2018년 이후 타깃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체류형 즐길거리와 밤문화 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을 올림픽 현장에서 거듭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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