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만희 상지대 교수
▲ 류만희 상지대 교수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야당은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내용을 번복했다’,‘장관이 국회를 무시했다’면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질책했다.

아동수당이 문제였다.지난 해 말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예산안에 협상을 하면서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기로 합의해,15만명분의 예산(3912억원)을 깎고 통과시켰다.그런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1월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회에서 아동수당 법안을 논의할 때 0∼5세 모든 아동에게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고 박 장관이 ‘올해는 여야 합의를 준수하지만,그 이후는 다른 여지를 만들자는 제 바람을 말한 것 이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사과한다’고 하면서 논란을 매듭지은 바 있다.

아동수당은 아동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로 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미국,멕시코,터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갖고 있는 제도이다(국내는 9월부터 월 10만원 지급 예정).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아동수당 도입을 역설했지만,일반 국민들에게 아동수당이 알려진 계기는 지난 대통령 선거였다.아동수당은 진보와 보수 후보 가릴 것 없이 득표에 유리한 공약이었다.후보 간 차이가 있다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할지 아니면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선별적으로 지급할지였는데,국회에서 그 차이가 논란이 된 것이다.

아동수당 10만원이 국민적 관심과 정책현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이 제도가 저출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노력이기 때문이다.우리 나라는 2001년 이후 초저출산국(합계출산율 1.3이하)으로 저출산의 덫(Low Fertility Trap)에 빠진 상태이다.‘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사회에서 ‘낳을수록 희망가득 기를수록 행복가득’한 사회로 이동하는 데 40년이 채 안 걸렸다.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최근 10년간 ‘새로 마지 플랜’등과 같은 출산 장려책에 80조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동수당을 통해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여 보겠다는 정책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은 당연하다.아동수당을 지급하면 출산율이 높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주장이 있는데,그 이유는 저출산 현상이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그렇기에 10만원 준다고 안 낳던 애를 낳겠냐는 회의적 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나라,이런 추세라면 지구상에서 인구 감소로 멸종되는 첫 번째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지금,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아동수당을 모두에게 주려한다고 해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부자건 가난하건 애 하나 낳으면 고마워해야 할 상황에서,아동수당을 갖고 있는 많은 나라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게 보편적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우리만 꼭 그렇게 구분 지을 필요가 있을까?혹여나 나라 살림 걱정 때문이라면,이렇게 말하련다.더 나은 미래를 위해,아니 우리 나라 생존을 위해 지출해야 되는 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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