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스타 심석희
500m·1500m 탈락 충격 극복
쇼트트랙 3000m 계주 금메달
어려운 상황 속 주장 역할 다해
팀 분위기 다잡으며 우승 견인

‘쇼트트랙 여제’가 부활했다.심석희(한체대·강릉출신)가 지난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김아랑(고양시청),최민정(성남시청),김예진(평촌고),이유빈(서현고) 등 동료들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했다.이날 첫 금메달로 심석희는 평창올림픽 부진을 씻어냈다.그동안 최민정과 함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로 불리며 많은 기대감을 받았지만 500m와 1500m에서 탈락하면서 잇따라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이같은 불운과 부진에도 심석희는 밝은 모습으로 이날을 준비했고 마침내 4년전 소치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예열을 마친 심석희는 22일 올림픽 첫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 올림픽 스타 심석희
▲ 올림픽 스타 심석희


폭행 파문·예선탈락 역경딛고 금메달

앞선 두 번의 예선 탈락 후에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꿋꿋했던 심석희는계주 우승 후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많은 의미가 담긴 눈물이다.심석희는 이번 대회 전후로 많은 일을 겪었다.올림픽을 불과 20여 일 앞둔 시점에 코치로부터 손찌검을 당했다.심석희는 폭행 충격으로 선수촌을 이탈했다 이틀 만에 복귀했다.21살의 어린 선수에게 견디기 버거운 순간이었지만 “최우선 목표는 계주 금메달”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다잡았다.하지만 제기량을 보여주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심석희는 지난 10일 첫 개인전인 여자 500m 예선에서 스타트가 늦어 아쉽게 탈락했고 17일 여자 1500m 예선에서는 미끄러져 넘어지며 역시 준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주변의 우려 속에서도 심석희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결국 목표였던 계주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평창올림픽 부진의 늪에서 벗어났다.

팀의 리더,주장의 품격

쇼트트랙 계주에서 심석희는 대표팀 ‘주장’으로서 첫 주자로 나서 금빛 레이스를 주도했다.주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자신의 어려운 상황에도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4년전에는 대표팀 막내였지만 4년만에 팀을 이끄는 듬직한 선수로 탈바꿈했다.이날 경기는 심석희를 비롯한 선수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에게도 감동의 순간이었다.하지만 눈물바다가 웃음바다로 바뀐건 얼마되지 않아서였다.경기장 내 세리머니를 준비할 시간이 되자 심석희와 동료들은 깜찍한 세리머니로 관중들을 미소짓게 했다.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선 선수들은 일렬로 늘어서더니 곧바로 한 방향을 바라보고 허리를 숙였다.그 상태로 심석희가 최민정을,최민정이 김예진을,김예진이 김아랑을,김아랑이 이유빈을 차례로 밀어주는 세리머니를 시작했다.이유빈까지 터치가 이어지자 허리를 편 선수들은 두 손의 검지손가락을 쭉 펴서 하늘로 뻗으며 ‘우리가 세계최고’라는 퍼포먼스로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이번 세리머니는 심석희가 제안했다.경기를 마친 뒤 ‘맏언니’ 김아랑은 “세리머니는 심석희의 아이디어였다”며 “뭘 할까 고민하다가 계주에서 1등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예열 끝,이제는 다관왕이다

대표팀 에이스이자 ‘여제’로 불리는 심석희에게 남은 목표는 개인전 금메달이다.소치올림픽에서도 개인 종목인 1500m와 1000m에서 각각 은메달,동메달에 그치며 계주 금메달로 만족해야했다.앞서 두번의 개인전 예선에서도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봤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22일 열리는 여자 1000m에서는 충분히 금빛질주가 가능하다.

심석희는 이날 계주에 앞서 열린 1000m 예선에서 1조로 배정받았다.체력을 안배하면서 여유롭게 레이스를 펼치면서도 1분34초940의 가장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가볍게 준준결승전에 올랐다.아픔을 딛고 일어선 만큼 1000m 경기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올시즌 심석희는 월드컵 2차 대회에서 1000m 금메달을 획득한 경험이 있다.

심석희는 175㎝의 큰 키에서 나오는 폭발력이 강점인 선수로 1000m에서 충분히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심석희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제가 출전하는 마지막 종목인 만큼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이동편집국/김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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