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올림픽이다

▲ 지난 16일 멕시코의 헤르만 마드라소가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파크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프리 경기에서 116위,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통가의 피타 타우파토푸아 등 최하위권 선수들로 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6일 멕시코의 헤르만 마드라소가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파크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프리 경기에서 116위,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통가의 피타 타우파토푸아 등 최하위권 선수들로 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메달만큼 값진 완주’

올림픽에서 메달의 힘은 대단하다.그런데도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올림픽 헌장 제1장 6조 1항은 ‘올림픽 게임은 개인과 팀의 대항전이며 국가 간의 대항전이 아니다’고 명시하고 있다.국가별 메달 획득 순위를 집계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올림픽 정신은 선수의 도전 그 자체를 메달보다 우위에 둔다.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정신이야말로 올림픽이 전 세계인에게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다.수없이 넘어지고 깨지는 과정을 겪고 오직 ‘도전 정신’ 하나로 다시 일어나 평창을 밝힌 이들이 있다.이들 올림피언스의 도전은 그들이 목표한 대로 메달 이상의 아름다운 완주로 성공적으로 끝났다.

>>크로스 컨트리 꼴찌 마드라소
선수들 떠난 자리 홀로 레이스
결승점서 최하위권 모여 축하

>>37세 한국 설상 전설 이채원
고향 평창서 5번째 올림픽 참가

>>통가 근육맨 피타 타우파토푸아
2년 후 도쿄올림픽 새종목 목표

>>마다가스카르 소녀 클레어
고국서 첫 동계올림픽 여성 출전


#스포츠용품 운영자 영광의 완주

지난 16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프리 경기 ‘피날레’에선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동계스포츠와 거리가 먼 국가에서 온 선수들이 완주를 한 선수를 축하하는 장면을 본 선수와 관객 모두 “이것이 올림픽이다”며 가슴벅차 했다.

이날 다른 선수가 모두 코스를 떠난 사이 희끗희끗한 수염 사이로 거친 숨을 내쉬며 홀로 레이스를 이어가던 헤르만 마드라소(44·멕시코)가 결승선으로 힘겹게 다가왔다.그의 레이스를 존중하는 다른 선수와 관중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마침내 그의 스키가 결승선에 닿았고,‘통가 근육맨’으로 유명한 피타 타우파토푸아(35)등이 달려가 목말을 태우며 완주를 축하했다.

감격스런 피날레를 장식한 마드라소는 멕시코 국기를 휘날리며 기쁨을 만끽했다.마드라소는 이날 59분35초4로 완주자 116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그에겐 기록도,순위도 중요치 않았다.그는 지난해 1월 전까지만 해도 스키를 신고 달린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마드라소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러닝 전문용품 업체를 운영하며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그는 한 스포츠 잡지에서 페루 크로스컨트리 선수 호베르토 카르셀란가 말한 ‘가장 힘든 종목’이라는 수식어에 매료돼 크로스컨트리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올림픽에까지 출전하는 드라마틱한 도전에 나서게 됐다.그는 전지훈련 비용을 마련하려고 트라이애슬론용 자전거도 팔아치우는 등 그야말로 열정 하나로 올림픽에 왔다.


▲ 지난 16일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파크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프리 경기에서 통가의 피타 타우파토푸아가 달리고 있다.
▲ 지난 16일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파크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15km 프리 경기에서 통가의 피타 타우파토푸아가 달리고 있다.
#통가맨의 올림픽 도전기

‘통가 근육맨’피타 타우파토푸아는 전 세계인이 참가하고 즐길 수 있는 올림픽 정신 구현을 말하면 빠질 수 없는 선수가 됐다.그의 올림픽 도전사는 동계와 하계에 대한 경계가 넘어 더 박수를 받는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태권도 대표로 출전했다.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변신했다.

지난 16일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프리 경기에서 완주(114위)를 해 박수를 받았다.리우 올림픽 개회식에서 웃통을 벗은 채 근육질의 상체에 기름을 칠하고 등장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그는 평창의 강추위를 뚫고 완주 목표를 이뤘다.그의 다음 목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이다.그는 2년 뒤 도쿄에서 또 다른 종목 도전을 꿈꾸고 있다.

▲ 지난 15일 평창 용평 알파인스키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 1차전 경기에서  마다가스카르의 미알리티아나 클레어가 질주하고 있다.
▲ 지난 15일 평창 용평 알파인스키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 1차전 경기에서 마다가스카르의 미알리티아나 클레어가 질주하고 있다.
#아프리카 섬나라에서 온 17세 소녀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설원’과 쉽게 연관 짓기 어려운 나라다.하지만 지난 15일 평창 용평알파인센터에서 열린 여자 대회전 경기에서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유일한 선수인 미알리티아나 클레어(17)가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어릴 때 프랑스로 입양된 그는 2006년 토리노 대회의 남자 알파인스키 선수 마티외 라자나콜로나 이후 마다가스카르에서 역대 두 번째이자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날 성적은 전체 81명 중 48위였다.하지만 당초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평창을 찾은 만큼 어느 금메달리스트 못지않게 행복감을 느끼며 대회를 만끽하고 있다.그는 아버지이자 코치인 스테판 클레어와 평창올림픽을 즐기고 있다.

아직 소녀 티를 벗지 못한 클레어는 “많이 기다려 온 첫 올림픽인 만큼 결과가 어찌 됐든 자신감을 쌓았다.힘들었지만 만족스럽다”고 말했다.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올림픽 분위기를 만끽하는 모습을 자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 21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 스프린트 프리 준결승전 1그룹 경기에서 한국의 이채원이 역주하고 있다.
▲ 21일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 스프린트 프리 준결승전 1그룹 경기에서 한국의 이채원이 역주하고 있다.
#한국 설상의 도전사,이채원


그를 빼고 한국의 설상 종목 올림픽 도전사를 말할 수 없다.한국 크로스컨트리스키의 간판 이채원(37·평창군청)에게 이번 올림픽은 고향 평창에서 열려 더욱 의미가 깊다.그는 이번이 5번째 올림픽이다.한국 설상 종목의 올림픽 도전사 그 자체다.남다른 도전 정신이 아니면 벌써 포기했을 나이여서 더욱 그의 외로운 레이스가 이번 평창에서 조명받는지도 모른다.이채원은 지난 2012년 딸을 낳은 뒤 훈련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스키 선수이기에 해마다 겨울이면 가족과 떨어져 지낸다.이채원은 지난 10일 7.5㎞ + 7.5㎞ 스키애슬론에서 57위,15일 여자 10㎞ 프리에서 51위에 머물렀다.21일 이채원의 팀스프린트결과는 19분19초17로 11개 팀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서른일곱살 크로스컨트리 선수가 보여준 감동의 무대는 메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4년 뒤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마흔이 넘은 그의 도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평창올림픽 이동편집국/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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