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의 단일팀, 5전5패 불구 올림픽 정신·통일 실마리 제시

엊그제 평창올림픽의 남북 여자 하키 단일팀의 마지막 경기가 강릉에서 치러졌다.대회를 5일 앞두고 숱한 논란과 화제의 대상이 됐던 단일팀의 27일간의 공식 여정이 모두 끝난 것이다.남북 여자하키 단일팀은 올림픽을 불과 한 달 여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참여가 결정되면서 급조됐다.한국 팀은 그동안 올림픽 D 데이를 목표로 담금질을 해왔고 최종 전력점검을 해야 하는 시점이었다.남북 단일팀 구성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왔고 모든 국민이 바라던 바였지만 대회 직전에 이 같은 결정이 이뤄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속출했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먼저 팀의 전력 변화가 우려됐고 북한 팀의 참여로 인해 출전기회를 잃게 되는 한국 팀 선수의 부담도 가벼운 문제는 아니었다.이 때문에 내부의 논란과 끊이지 않았다.그러나 무엇보다 안전한 올림픽과 올림픽 정신의 진정한 구현이라는 더 큰 목표에 다가서는데 단일팀의 갖는 상징성은 계량하기 어려울 만큼 컸다.지난 1월25일 충북 진천의 대표 팀 선수촌에 북한선수들이 합류하면서 세간의 우려를 하나하나 지워나갔다.캐나다 출신 세라 머리(30) 감독이 특유의 리더십으로 남북한 선수들을 아울렀고 선수들도 빠른 속도로 단일팀에 적응해 갔다.

선수들은 서로의 생일잔치를 열어주면서 정을 나눴고 속일 수 없는 한민족이 공유하는 유전자를 확인했다.지난 10일 스위스와의 첫 경기에서 0대 8로 크게 패했지만 남북의 선수들은 하나가 돼 링크를 누볐다.이 경기를 주목해 본 많은 국민과 세계인들도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하나 된 이들에게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단일팀은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7,8위전 마지막 경기에서 1대 6으로 졌다.1승을 기대했던 국민들이나 선수 자신들도 아쉬움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본다.

대회 폐막을 3일 앞두고 여러 종목에서 신기록이 쏟아지고 명장면이 속출하고 있지만 여자하키 단일팀이야말로 이번 올림픽을 통해 가장 큰 메시지를 던져준다.단일팀은 단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가장 큰 울림을 줬고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머리 감독은 결정을 정치가 했지만 단일팀은 선수들이 만들었다고 했다.단일팀은 정치가 할 수 없는 일을 스포츠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과 함께한 시간이 즐거웠다며 교류의 끈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여자아이스하키 팀이 이룬 ‘작은 통일’의 불씨가 확산돼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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