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려는 의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그런 것은 누구나 갖고 있다.중요한 것은 승리하기 위해 준비하는 의지다.”미국의 전설적 농구 코치 보비 나이트의 말이다.오랜 세월 코트에서 잔뼈가 굵고 숱한 승패를 꺾으면서 터득한 것이리라.그는 미국 농구 명문 인디애나 대학의 감독을 지낸 인물이다.인디애나 대학이 거둔 5차례의 미국대학농구연맹(NCAA) 타이틀 중 3번이 그의 지휘 아래 나온 것이다.

그는 다혈질적 성격 때문에 중도하차하는 불명예를 안기는 했으나 NCAA 최다승(902승)의 기록을 남긴 명장이다.이런 기록이 우연히 만들어 진 것일 리 없다.그의 결론은 기상천외한 비기(秘技)가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그가 말한 ‘준비하는 의지’란 결국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라는 너무나 평범한 말이다.모든 스포츠는 결국 멋진 기술을 구사하고 새로운 기록에 도전해 승부를 가리는 게임일 것이다.

정상에 서는 것은 모두가 꿈꾸는 것이지만 정상에 서게 하는 것은 그 꿈이 아니라 그 꿈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노력이다.보비 나이트 감독의 이 말은 이런 승부가 가장 극적으로 펼쳐지는 올림픽 무대에서 여실히 증명된다.모든 승리 뒤에는 과연 그럴만한 배경과 과정이 있다.빙상 종목의 경우 단 30초에 승부가 난다.선수들은 이 짧은 찰나의 승부를 위해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인내하고 또 준비해야 한다.

이번 올림픽도 숱한 화제를 쏟아내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지난 20일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 팀이 우승했다.심석희(21) 최민정(20) 김아랑(23) 김예진(19) 이유빈(17) 이 빙상 강국의 깃발을 지켰다.예선에선 이유빈,결승에서는 김아랑 선수가 각각 넘어지는 위기를 겪었다.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신기록을 내고 금메달을 따냈다.우연이 아니다.우연이라면 인내하고 준비한 우연이다.

미국의 소설가 해리엇 스토는 “어려움이 닥치고 모든 일이 어긋난다고 느낄 때,1분도 더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그래도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바로 그때 그곳에서 다시 기회가 올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 다섯 명의 대한민국 낭자들은 그 짧은 순간,그 짧은 트랙위에서 모든 걸 다 보여줬다.그들은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시작했다.우리의 그 짧은 탄식과 실망을 위로해 줬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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