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또 한 번 큰 산을 넘었다.어제 평창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폐막됐다.지난 9일부터 전 세계 92개국 29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벌인 우정과 평화의 축제가 성황리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동계올림픽은 지난 20여 년 강원도의 어깨를 짓눌러온 무거운 화두였다.그만큼 많은 기대와 희망이 걸려 있었다.그러나 그 희망과 기대는 누구도 그 결과를 보장해 주지 않은 어음과 같은 것이었다.

오로지 과정을 통해 가능성을 키우고 결과에 접근해 가야 하는 난제였다.평창과 강릉,정선 일원의 경기장에서 열린 이번 제23회 동계올림픽을 통해 감춰져 있던 강원도와 대한민국의 진면목이 전 세계에 전파됐다.이전에 누구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강원도를 통해 대한민국을 다시 봤고 한반도를 다시 읽었다.이번 올림픽은 규모나 내용 모두에서 역대 그 어느 대회보다 빛나는 대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3년 처음 올림픽 유치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2010년 대회에 첫 도전장을 냈다.그러나 첫 도전에 실패했고 2014년 재도전에서도 고배를 들었다.결국 3수만에 올림픽을 치를 수 있었고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결국 세계에 보란 듯이 거뜬히 해냈다.평창올림픽은 강원도 정도(定道) 600년 이래 가장 큰 변화를 이룬 역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번 올림픽이 갖는 의미와 변화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강원도의 동계올림픽 도전 역정은 그대로 올림픽정신의 구현과정이다.불가능해 보인 것을 꿈꾸고 두려움 없이 도전했고,넘어지고 또 넘어졌으나 좌절하지 않았고 꿈을 꺾지 않았다.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은 불안과 긴장을 이겨내고 올림픽을 꽃피웠다.강원도는 인심도 자연도 한민족의 원형이 잘 살아있는 땅이다.강원도의 이 넉넉한 바탕이 ‘올림픽 이상의 올림픽’을 가능하게 했다.

강원도는 실패의 과정을 통해 더 단련됐고 결국 성공 올림픽의 우뚝한 금자탑을 세웠다.강원도의 올림픽 도전사는 올림픽의 역사나 마찬가지다.이번 올림픽을 통해 얻는 자신감은 최고의 유산이 될 것이다.3만 불 박스 권에 갇힌 대한민국이 새 패러다임을 여는 데도 좋은 계기 였다.꽉 막힌 한반도 정세의 숨통을 연 것도 이번 올림픽의 성과다.평창의 준령을 넘어 ‘또 다른 지평’(new horizons)을 열어가자.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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