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강원대체육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김용수
강원대체육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2002년의 유월은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그 일사불란했던 박수소리와 지축을 뒤흔들었던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은 한 치의 가감도 없이 민족적 엑스터시였으며, 전 국민을 하나로 묶는 주술이었다.지금도 뜨거웠던 2002년의 초여름은 신화로 기억되고 있다.연령과 계층,혹은 개인에 따라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의 편린은 다를지라도 우렁찬 함성의 밑바닥으로부터 솟구쳤던 감정은 동일하였을 것이다.그리고 그 감정의 실체는 ‘민족’이라는 단어 이외에 표현할 다른 방도가 없다.

스포츠와 민족주의의 화려한 선례는 비단 2002년에 한정되지 않는다.1966년 최초의 프로 복싱 세계 챔피언이 된 김기수로부터 1998년의 골프선수 박세리,가깝게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4년과 소치 동계올림픽의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스피드스케이팅선수 이상화에 이르기 까지 당대의 시대적 상황과 결부되어 스포츠이벤트는 신체적 퍼포먼스를 넘어 자연스럽게 민족의 긍지로 치환되어 왔다.그러나 당연함이란 익숙한 감정의 형태일 뿐 필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다시 말해 스포츠와 민족주의 근친성은 만들어진 관계에 불과한 것으로 반드시 결합되어야 할 필연적인 이유를 가지지 않는다.그 만큼 스포츠와 민족주의 공존은 오랜 시일에 걸쳐 내면화 과정을 거치면서 기정사실로 고착되어 객관적이고 정확한 인식을 어렵게 만든다.더욱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그것에 대한 비판 자체가 애초에 봉쇄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의 민족주의적 열광은 우리만의 특수한 것인가,아니면 보편적인 현상인가? 만일 보편적인 것이라면 코리아를 대표하는 ‘붉은 악마’는 우리만의 독특한 응원문화이자 민족적 표현일 것이고,특수한 것이라면 그것을 만들고 유포한 이데올로기적 작용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이러한 물음은 궁극적으로 민족주의,혹은 그것의 중핵이 되는 ‘민족’ 자체가 항구(恒久)적 실체인가 아니면 만들어진 관념인가를 묻는 작업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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