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개구리가 뛰는 경칩.새벽 공기가 달라졌다.부드러운 바람결에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정치 바람에 올라탄 입지자들이다.그러고 보니 올 봄도 선거판.드라마틱하고 변화무쌍한 그 ‘판’이 온다.모든 인간관계가 정치적으로 엮여 서로를 들볶고,이념과 주장이 격렬하게 부딪칠 것이다.피아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전장.그러니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수밖에.저마다의 각오가 담긴 출사표도 꼼꼼히 챙기고.

출사표(出師表)는 제갈량이 군사를 끌고 위나라를 토벌하러 떠나면서 촉한의 제 2대 황제 유선에게 바친 글이다.227년에 쓴 전편에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고,각 분야의 현명한 신하들을 추천하며,황제가 지켜야 할 간곡한 당부의 말이 담겼다.이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이 상벌(賞罰)과 포폄(褒貶·옳고 그름,선하고 악함을 판단해 결정하는 일)에 대한 진언.제갈량은 상벌은 공평하고 분명해야 하며 포폄에 있어서는 치우치고 사사로이 하여 안과 밖으로 법을 다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올바른 길을 묻고 바른 말을 살피라는 충언도 보탰다.모름지기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을 조목조목 밝힌 것이다.

6·13지방선거에 나서는 입지자들의 출사표가 줄을 잇는다.선거에 임하는 자세와 포부가 제갈량의 각오 못지않다.유권자들을 상전으로,자신을 일꾼으로 낮춘 후보들은 예외 없이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자고 주장한다.적폐,변화,쇄신을 말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한다.그런데 무엇인가 부족하다.나의 주장과 이야기만 있고,‘너와 나 우리 모두의 꿈과 희망’에 대해서는 인색하다.지방선거에서 지방을 말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메시지와 울림이 없는 맹탕 출사표가 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도지사와 교육감,도의원,시장·군수,시·군의원을 선출한다.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여론도 높다.개헌안에 담을 핵심 의제는 지방분권과 기본권 신장.입지자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확고히 하는 방안이 다뤄져야 하는 것이다.각자의 출사표에 개헌,지방자치,지방분권에 대한 가치와 생각을 담아야 한다.그 바탕위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순서.도민들에게 묻고 또 물어야 제대로 된 ‘출사표’가 완성될 것이다.지방선거는 지방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과정 아니던가.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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