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는 걸까요?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2013년 방영됐던 KBS 개그콘서트의 ‘불편한 진실’이란 코너에 나오는 대표적 대사다.사회적 현상이나 일상적 상황뒤에 있는 미처 포착되지 못했거나,가려졌던 모습들을 들추어내면서 웃음을 유발해 인기를 끌었던 코너다.겉으로는 당연시되는 상황이라도 그 속내는 또다른 사실이 숨겨져 있음을 이 프로는 코믹하게 짚어냈던 것이다.

예로부터 고대 철학으로부터 인류학,사회학,정치학,경제학 등 근대에 나타난 거의 모든 학문의 목적은 인간과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었다.다만 여러 학문으로 분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의 인간 행동에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달랐다.인류학은 특정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행동에,사회학은 사회와 인간행동의 관계에,정치학은 정치라는 상황에서의 인간행동에 대해 탐구했다.하여간 인류는 끊임없이 인간의 문제에 대해 깊은 고찰을 거듭해 왔다.

이른바 ‘미투(Me Too)’운동은 타임지가 지난해 유력인사들의 성폭력을 폭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을 뜻하는 ‘침묵을 깬 사람들(Silence Breakers)’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이 운동은 우리나라에서도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검찰 고위직에서 부터 문학계 원로와 연극계 거물,연예인,대학교수,성직자에 이르기까지 가해자의 직업군도 날이 갈수록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사회 전반적으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도 놀랍거니와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가해자라는 사실이 폭로되자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느끼고 있을 정도다.인간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유다.

가해자의 대부분이 사회에서 일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여기에 그 권위에 대한 견제장치가 허술하거나 아예 없었다.이는 인간 본질의 문제이기도 하거니와,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장치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오히려 일부에서는 이를 부추키기까지 했다.그야말로 이성이 아닌 야만이 사회를 지배했다고 해도 할 말을 없게 만들었다.

이젠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필요할 때가 됐다.자기고백도 이어져야 한다.그리하여 사회에 만연한 인간에 대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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