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식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 박홍식 강릉원주대 명예교수
지방자치를 논의할 때 적잖은 이들이 중앙집권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지방분권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으며 이의 실질화로서 지방재정분권,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을 거론하고 있다.특히 재정분권 중에서 국세의 지방세화를 ‘6대4’ 내지 ‘5대5’로 요구하면서,그것이 지름길이라고 갈파하고 있다.지방자치의 실질화라는 면에서 타당성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경제보다 상위개념으로서의 정치,철학적 명제가 헌법조항에 담겨져야 한다.헌법은 모든 법률의 최상의 모법이기에 더욱 그러하다.중앙집권의 폐해를 축소하는 대응개념으로서의 지방분권이라면 이 또한 취약점이 내포될 것이라는 점은 얼마든지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상기의 이유에서도 우리는 분권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적·철학적 명제를 찾아 헌법에 조문화 해야 하는데,그것이 시민주권 개념이라 할 것이다.

권력분립을 위해 도입된 지방자치와 주민자치의 구현을 위한 주민투표,주민발안,주민소환의 방안으로는 대의적 민주주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이런 점에서 한국지방자치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 차원의 성찰과 반성을 요한다.더욱이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의 독선을 견제하기 위하여 도입된 정책과정에의 시민참여는 오히려 소수의 지역전문가,엘리트들의 참여에 그쳤고 오히려 방조 내지 옹호자로 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로 인해 시민의 실질적 참여를 전제로 시민 스스로의 책임하에 지역문제를 결정하는 권리 즉,자신의 삶의 질에 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주권의 개념으로 승화시키려는 시도가 여러 시민운동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지방 정부차원에서 제기되어 확산되는 시민주권운동과,독선에 항거하는 저항권으로서의 시민주권은 시민이 지역정치사회의 주체이며 의사결정의 중심이라는 확장된 개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정치사회학자 마샬(T.H Marshall)은 시민권의 발전과정을 공민적 시민권,정치적 시민권,사회적 시민권으로 구분짓고 있다.그 중에서 사회적 유산에 대해 자신의 삶을 누릴 권리,문명화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사회권을 강조하고 있다.이는 때로의 정치적 불복종을 용인하는 것으로,시민으로서 동등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결합을 통해 가치·규범·목표를 공유하는 시민관,그리고 정치공동체 전체에 관련되는 공공사안을 심의,결정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두터운 시민권과 궤를 함께 하는 것이다.이러한 논의는 프랑스 법학자 바삭(K.Vasak)의 제3세대 인권론으로서 시민연대의 권리,지구환경,평화권,세계시민성,세계민주주의와 연결되고 있으며,일본에서는 시민주권을 지방정부 자치현장에 명시하고있다.한국의 현실에서는 삼척의 원자력 발전소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연대의 운동을 통해 자치단체장의 교체,그리고 시민촛불혁명을 통한 국가 지도자의 교체 등으로 발현되기도 하고 있다.

이제 헌법개정에 즈음하여 지방자치의 정신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시민은 지방정부의 주권자이며 주체적으로 지방의정 및 행정에의 참여 및 저항권이 합법적으로 보장되는 시민주권의 정치·철학적 명제가 헌법에 조문화되는 것이 타 중범위적 문제(재정분권,자치입법,자치조직) 보다 상위개념으로 중요시 되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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