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매스컴에 보도되는 각종 사건이나 사고의 결말에 관한 많은 부분은 의혹을 떨칠 수 없을 때가 적지 않다.학교폭력은 학교의 명예 훼손을 방지하려고 은폐하거나 사건을 축소하고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법조계의 비리는 은폐되고 의료과실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다.검경의 강압수사는 부정되고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는 유야무야되기 십상이며 학계의 연구 부정이나 종교계의 추문도 징계는 미미한 수준으로 그친다.특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파벌간 비방과 언쟁을 보면 제 식구 감싸기가 뚜렷하게 보인다.

이와 같이 가정이나 직장,학교,동네에서 발생한 추문이나 과오가 흔히 경시되거나 은닉되는 경향은 대부분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온정주의나 개인과 집단의 신용이나 명예를 실추시키기 때문일 것이다.집안이나 학교,직장,동네의 수치와 망신은 곧 자신의 망신으로 간주한다.많은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아이돌의 잘못에는 관대하거나 적극 옹호한다.

팔이 안쪽으로 휘듯이 내부자의 잘못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되지 않고 불가피한 상황 탓으로 간주하며, 남과 동일한 기준으로 냉정히 판단하기 곤란할 수 있다.식당에서 소란스럽게 행동하는 아이가 있으면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자신의 아이일 때는 그저 귀여운 재롱으로만 여기는 편파적 시각은 자주 볼 수 있다.타인의 잘못이나 단점은 강하게 비판하면서 가족의 경우에는 든든한 보호자나 지원세력으로서 옹호하고 자존심을 손상시키지 않음으로써 위축되지 않게 완곡하게 표현하거나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긴다.학교에서 자기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교사가 지도를 잘못해서, 혹은 자기 아이만 꾸중해서 문제가 되었다고 수업하는 교사의 멱살을 잡거나 시끄럽게 하는 학부모들은 모든 게 학교 책임,다른 아이 책임이지 자기 아이는 완벽하다고 주장한다.

집단이나 지역의 이기적 행동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비교할 수 있다.대학생 기숙사 신축을 원룸 임대업자들의 생계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여 반대하거나 생태계 파괴나 자연경관 훼손을 우려하여 케이블카 설치와 같은 국립공원 개발 계획에 대한 반대도 인근 주민들의 소득증진과 지역 활성화를 무시한 태도라고 비난한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명분으로 개설된 국제공항이 제 구실을 못하고 많은 적자를 내고 있어도 건설 당시의 분홍빛 전망에 대한 반성은 없다.‘내로남불’이나 ‘님비’ 현상도 같은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족이나 내집단의 실수나 과오를 눈감아 주거나 면책을 하면 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반성이 부족하여 같은 잘못이 반복될 수 있다.직장 내의 비리나 잘못,성추행이나 성폭력,학교나 가정 폭력,상사의 갑질이 반복되는 것도 남들의 비판보다 자기 가족이나 동료의 말을 옹호하며 사실을 경시하거나 호도하는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태도 때문이다.더욱이 내부 고발은 신원 보장이 되지 않고 배신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자신을 우선하는 이기적 태도는 개인과 집단의 자기보호본능일지도 모른다.제 식구를 스스로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보호하겠으며 제 식구를 어떻게 남과 같이 취급할 수 있겠는가? 때로는 이와 반대로 제 식구의 잘못을 남보다 더 엄하게 다스리기도 한다.이것도 제 식구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그러나 누구든 자신의 잘못된 언행이나 과오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가족을 위하려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같으며 상대방도 누군가의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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