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원석   인구보건복지협회 강원지회 본부장
▲ 양원석
인구보건복지협회 강원지회 본부장
현재 잠정적으로 발표된 지난해 합계출산률은 1.05명,출생통계를 작성한 1970년도 이래 최저 합계출산율이다.또한 지난해 인구자연증가 역시 큰 폭으로 감소(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넘음)했는데 이같은 추세로 가다보면 2031년으로 예측됐던 정점 인구수는 4년 앞당겨진 2027년이 된다고 한다.정부는 2006년도부터 저출산 해결을 위해 100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출산률은 최악으로 나타났고,특히 행복한 미래를 꿈꿔야할 청년들에게 헬조선,N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게 하면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우리협회에서 전국 만 2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저출산 국민인식조사에서 20~30대의 저출산 인식동향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30대에서 ‘저출산 정책의 효과가 낮다’고 평가했다.또한 ‘저출산의 원인과 영향’에 대한 질문에서 ‘일·육아 양립(균형)문화가 미흡’하다고 답한 것이 20~30대에서 가장높이 나타났고,‘저출산 해결을 위한 정책우선순위’에서 ‘일·가정 양립 기업문화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 것 역시 유독 30대에서 높았다.실제적으로 결혼,임신,출산,육아를 준비 또는 시작해야 할 20~30대 당사자들에게는 100조원이 넘는 정책과 그 방향이 전혀 와 닿지도 않고 실효성도 없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런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년들은 N포세대라고 지칭하며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1인가구의 삶을 선택해 사는 것이 만연하다.N포세대의 의미만 잘 들여다봐도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그 속에 답이 있었다.N포세대란 연애·결혼·출산·집·인간관계·꿈·희망 등을 포기한채 살아간다는 건데,감옥에서 사는 것도 아닌 이런 말도 안되는 신조어들이 무수히 수면위로 떠올랐었지만 ‘그냥 눈감고 모르는 척’했던 결과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해를 거듭할수록 삶의 가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현재 청년들이 가치를 두고 있는 삶은 이전세대의 중요가치였던 ‘경제적 성취’가 아닌 ‘삶의 질’이며,따라서 ‘부와 성공’을 목표로 삼아온 기성세대와는 달리 ‘자아실현과 행복’이 지금 청년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자아실현과 행복,그리고 높은 삶의 질을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수십 년 동안 선배들이 정말 열심히 살아낸 결과이며,그 결과 후손들은 옛날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우리는 이렇게 다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 너나 할 거 없이 모두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는데 저출산 현상은 어찌보면 과도기에 방향성을 잘 잡지 못했던 것은 아닐지,또 그 이유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간의 소통의 부재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이제는 정부가 저출산 정책을 합계출산율이나 출생아수 증가에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닌,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하는 ‘사람중심’ 정책에 초점을 맞춘다는 발표는 매우 긍정적이다.우리는 앞으로 성과·목표·발전 이런 경쟁적인 단어들은 좀 내려놓고,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옆 사람들을 먼저 살펴주면서 각자가 지금껏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재정비 했으면 좋겠다.성별이나 직책 그리고 문화를 떠나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부족하거나 넘치는 부분들을 함께 채워주며 협력하는 사회가 될 때 말로만하는 아이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 삶이 존중받아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더불어 ‘사람중심’의 정책과 우리들의 인식개선이 뒷받침된다면 나와 나의 자녀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선택이나 의무가 아닌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 될 것이며 이것이 인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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