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지체장애인 동행 점검
지체장애 1급 김길봉씨 경기 관람
버스탑승 등 자원봉사자 이동 지원
강릉하키센터까지 무리없이 도착
숙박업소·식당 여전히 방문 난항
대회 이후 접근성 개선 유지 기대

강원도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장애로 인한 차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평창패럴림픽을 위해 경기장은 물론 평창,강릉,정선 등 개최 시·군 내 민간시설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 개선사업을 진행해왔다.또 개막 후에는 장애인 관람 지원을 위한 인력을 현장에 배치하고 교통약자 수송 차량을 운영하는 등 ‘무장애 패럴림픽’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본지는 평창패럴림픽 경기를 관람하는 지체장애인과 동행,현장을 점검했다.


▲ ▲ 경기 관람을 마친 김길봉씨가 강릉올림픽파크 앞에서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  경기 관람을 마친 김길봉씨가 강릉올림픽파크 앞에서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 ◀ 김길봉씨가 강릉하키센터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김씨를 관중석과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하고 있다.
▲ 김길봉씨가 강릉하키센터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김씨를 관중석과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로 안내하고 있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지난 12일 오후 북강릉 환승주차장.휠체어를 탄 김길봉(60·강릉)씨가 등장하자 자원봉사자가 바로 나타나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탑승장으로 안내했다.잠시후 저상버스가 도착했고 버스 안의 또 다른 자원봉사자가 내려 김씨의 탑승을 도왔다.

버스는 10여분 이동해 강릉올림픽파크 출입구에 정차했다.버스에서 내려 파크로 입장한 김씨는 먼저 슈퍼스토어에 들려 기념품을 살펴봤다.이어 옆에 있는 매점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구입한 김씨는 이날의 목적지인 강릉하키센터로 향했다.

하키센터로 들어가자 자원봉사자가 김씨를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고 김씨는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 2층 객석으로 이동,어렵지 않게 자신의 좌석을 찾아 앉을 수 있었다.이동하는 동안 휠체어를 탄 김씨에게 ‘치명적인’ 턱은 보이지 않았고 화장실 또한 가깝고 넓어 이용에 문제가 없었다.김씨는 “이렇게 어떤 장애물도 없이 목적지에 쉽게 도착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특히 어딜 가나 이동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어 깜짝 놀랐다.그들이 진짜 금메달감”이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0년 전 사고로 하반신을 잃은 김씨는 지체장애 1급이다.휠체어 컬링과 흡사한 하계 장애인 스포츠 종목 론볼의 도 대표선수이기도 한 그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을 맞아 벌써 세 번째 경기를 관람하러 왔다.이날 김씨가 관람한 경기는 캐나다와 노르웨이의 장애인 아이스하키 경기.이날 캐나다는 8대0으로 대승을 거뒀고 김씨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그는 “나도 장애인 체육을 하는 사람이지만 패럴림픽 경기가 너무 역동적이고 감동적이라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 같다”며 “특히 생각보다 관중들의 관심과 반응이 뜨거워 정말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선수로 평소 전국 곳곳에서 스포츠 경기를 많이 관람한다는 김씨에게도 이처럼 접근과 이용이 쉬운 경기장은 처음이라고 했다.특히 그는 상대적으로 경기시설이 열악했던 도내에 장애인 접근성이 완비된 경기장이 들어서 ‘감격스럽다’고 표현했다.그러나 베뉴를 벗어나면 여전히 장애인 접근이 쉬운 시설을 찾기는 어렵다고도 지적했다.김씨는 “이번 패럴림픽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많은 장애인 선수가 평창,강릉 등을 찾았는데 다들 경기장은 불편 없이 이용하지만 숙박업소나 식당에는 경사로와 접근 가능한 화장실이 없는 곳이 많아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나 또한 여전히 이용하던 곳만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 관람을 마친 김씨는 다시 강릉올림픽파크 출입구 쪽으로 이동해 북강릉 환승주차장행 저상버스를 기다렸다.5분 남짓 기다리니 바로 버스가 도착했다.버스는 원래 서울 여의도~염곡동 노선을 다니던 463번 버스였다.이번 패럴림픽 때 저상버스를 처음 타봤다는 김씨는 “패럴림픽을 계기로 전국의 모든 버스가 강원도에 다 모여 버스 박물관을 연상케 했다”고 웃으면서도 “이런 장애인 접근성 개선 노력이 패럴림픽 때만 반짝하고 끝날까봐 두렵다”고 우려했다.그는 “원래 강릉에는 장애인 콜택시만 10여대 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보통 자차를 이용해왔다.이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경기 시설 접근성은 물론 장애인 체육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지속됐으면 좋겠다”며 “패럴림픽이 끝이 아니라 장애인과 동행하는 사회의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평창패럴림픽 이동편집국/최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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