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선수가족 사연
헌신적 보살핌 하반신 마비 극복
국내 크로스컨트리 1호 선수 변신
패럴림픽 대회 유일한 ‘엄마선수’
딸뻘 20대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
아내 권유로 스노보드 입문 결심
스키장서 결혼식·웨딩촬영 진행
14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1.1㎞ 스프린트 좌식 경기 예선에서 서보라미(하이원)가 19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을때 탈락 확정의 순간이었음에도 관중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울려펴졌다.스타트라인 근처오른쪽 관중석 앞쪽 자리에는 가족들과 함께 딸의 경기를 보러온 서보라미의 어머니 이희자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서보라미에게는 선수생활부터 현재 자신이 살아있는 자체가 어머니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서보라미는 여고 3학년이었던 2004년 4월,계단에서 넘어지면서 척수를 다쳐 하반신 마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서보라미는 극단적인 생각밖에 없었고 좌절한 채 눈물만 흘렸다.하지만 병원 한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 쪽잠을 자며 헌신적으로 자신을 보살펴주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재활의 의지를 다졌다.
1년여의 방황끝에 새삶으로 시작한 것은 크로스컨트리스키였다.2007년 우연히 참여한 스키캠프를 통해 엘리트선수로 입문했고 대한민국 최초 크로스컨트리 여자 1호 선수가 됐다.어머니 이희자 씨는 초반에 ‘너무 힘든 운동’이라는 생각에 반대를 했다.하지만 딸의 완강한 고집에 자신의 뜻을 꺾을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가장 적극적인 팬으로서 응원을 하고 있다.이희자 씨는 “관중석에서 딸이 코스 언덕을 올라가는 모습을 볼때마다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며 “딸이 고집이 세서 아파도 꾹참고 말을 안한다.그래도 너무 좋아하니까.이제는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딸이 꼴지를 해도 나에게는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응원에는 친동생 서은지씨와 외숙모 채영미씨 등 가족·친척들이 모여 현수막을 들고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외숙모 채영미 씨는 “너무 감격스럽고 평창패럴림픽에 보라미 응원하러 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도연은 이번 패럴림픽에서 20대의 딸들과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과 치열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도연은 “솔직한 제 심정은 설사 다치더라도 모든 경기를 완주하고 싶다”며 “이건 내 자신과의 싸움이다.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도연은 1991년 건물에서 떨어지며 몸을 다쳤다.좌절할 수도 있었지만 이도연은 강했고,말이 아닌 행동으로 ‘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였다.
큰딸 설유선씨는 “엄마는 우리 자매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바위 같았던 분인데 이번 패럴림픽 무대에서도 보여주고 싶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사춘기 때 장애를 가진 엄마가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우리를 키웠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재 엄마의 손은 동상에 걸렸고,시력도 크게 떨어졌다.딸의 입장에선 운동을 그만하고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창패럴림픽에 출전한 스노보드 국가대표 박항승은 태극마크를 연상시키는 오른쪽 빨간색,왼쪽 파란색으로 염색한 긴머리가 누구보다 눈에 띄는 선수다.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대회에 나서고 있는 그의 미소 뒤에는 든든히 버티고 있는 아내 권주리씨가 있다.
권 씨는 대회기간 정선 알파인경기장을 찾아 현수막을 만들어 남편을 위한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현수막에는 자신과 박항승의 이름을 넣은 구호인 ‘너에게 항상 승리를 주리’를 써 넣었다.권 씨는 경기 전 “넘어지지만 말고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면 그것으로 충분해”라며 남편을 응원했다.연극배우였던 권 씨는 지인이 주선해준 소개팅에서 박항승을 처음 만났다.박항승은 스노보드를 즐겨 타던 권 씨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배운 계기로 엘리트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그 사이 둘은 백년가약을 맺었고 결혼식을 스키장에서 하고 웨딩 사진은 눈밭에서 찍었다.
아내 권 씨는 “내가 이미 항승씨의 금메달인데 메달을 못 따면 어떠냐”며 한결같은 응원을 약속했다.
평창패럴림픽 이동편집국/김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