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이면 산행을 해온지 10년이 넘었다.두세 명에서 많게는 대여섯 명이 함께 산을 오르다보면 산에 대한 경험들을 이야기 하게 된다.대개는 부모님 세대의 화전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살던 곳이 같지 않았지만 그 옛 생활모습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산은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따라서 산을 훼손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산을 가꾸고 사랑하면서 살아왔다.그렇기 때문에 많은 산림자원들이 세세연연 이어오면서 유지되었던 것이다.당시 사람들은 산에서 풀 한 포기를 캐면 그 자리를 반드시 잘 다듬고 지나갔다.이렇게 하는 일을 산을 짓는다고 했다.

요즈음 산행을 하다보면 산에 생채기가 나있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 산에서 소용되는 뿌리를 캐간 자국이다.더러는 꽤 큰 구덩이도 발견된다.임산물을 해당기관이나 산 주인에게 허가를 받고 채취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캐느라고 산을 파놓았으면 최소한 묻고라도 갔어야 했을 터인데 그대로 방치한 상태다.이런 흔적들은 우선은 뒤에 산을 찾는 사람이 보기에 좋지 않을뿐더러 산사태의 원인이 될 수 있다.장마철에 그 구덩이에 물이 괴고 흘러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산 생채기는 산짐승도 낸다.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파놓기도 한다.멧돼지는 먹이만 찾으면 된다지만 사람이 멧돼지와 같은 행동을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산에 난 산 생채기를 보면서 옛 어른들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옛 어른들은 산을 훼손하게 되면 원상을 복구해야 한다는 것을 선인으로부터 보면서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익혀왔다.요즈음 산을 찾는 이들에게는 본받을 선행을 찾지 못해서인가.옛 사람들 보다 많이 배워서 많은 정보를 품고 다니는 사람들이면서 특별히 산에 대한 예절만 습득 못한 것이 아쉽고 어쩌면 괴이하다.그렇다면 가르치는 수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사회적 대중교육의 책무를 크게 가지고 있는 방송에서 나서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산행의 요령과 산행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정리해서 가끔 공익광고를 해주면 좋겠다.

생채기는 방치하면 곪게 되고 나중에 큰 종양이 되어 생명을 위협하듯이 산 생채기는 방치하면 산사태가 되어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큰 재앙은 아주 하찮게 생각하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이 흔하다는 생각이 산 생채기 구덩이 속에 자꾸 머물러 등산화 발로 흙을 긁어 넣어본다. 이흥우 시조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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