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관련 행사 새학기 편중
야간·주말 시행 권고사항일뿐
학교 방문 눈치 직장문화 만연

춘천의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42·여)씨는 이번주에 열리는 큰 아이(중1) 학부모 총회에 불참하기로 했다.중학생이 된 후 처음 잡힌 행사라 참석하고 싶었지만 일이 몰려 도저히 짬을 낼 수가 없었다.학교일로 외출하겠다고 하면 눈치를 주는 직장 문화도 부담이 됐다.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학교 행사에 빠지지 않았던 것이 독이 됐는지 학교에 일이 있다고 할 때마다 “또 가냐”는 핀잔을 들어야했다.“엄마가 학교에 너무 자주 가도 문제”라는 얘기도 들려왔다.박씨는 “법적으로 보장받은 연가에서 한 두시간 사용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며 “학교에서도 평일 오후에 학부모 행사를 고집하니 여러모로 난감하다”고 말했다.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학부모 총회,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 관련 행사가 평일 오후에 집중되면서 워킹맘들이 직장과 학교에서 동시에 눈치를 봐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19일 강원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일선학교에서 학부모 행사는 대부분 평일 오후에 진행하고 있다.

워킹맘,맞벌이 부부를 위한 제도적인 지원도 미비하다.교육부는 수년 전부터 학부모 모임은 야간이나 주말 등을 활용해달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상담주간을 실시하고 있는 강원도내 학교 578곳 중 23.7% 수준인 137곳만 학부모 저녁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이마저도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되도록 이른 시간에 방문하라’고 문자로 통보하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이 셋을 둔 대학병원 간호사 박모(44·여)씨는 “학교에서도 학기 초에 몰아서 학부모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학기 중간이라도 학부모 시간과 맞춰 학생상담 일정을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도교육청은 학교의 의지 문제라는 입장이다.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선학교에서 가장 많은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대를 정하다 보니 평일 오후에 집중되는 것 같다”며 “법이나 제도로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세현 tpgu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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