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활동했던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과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과거는 아직 지나간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과거 현재가 한 축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한 것일텐데 지금은 다른 각도로 이 말이 와 닿는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이 과거를 언제든지 저장하고 꺼내보고 공유하는 것을 가능케하면서 유명인의 범죄는 과거의 범죄도 늘 현재형이다. 필요시마다 확대되고 인용되고 재생산되기 때문이다.유명인이 범죄의 낙인을 지우는 길은 진솔한 회개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외에는 없다. 국민들이 수긍하고 피해자가 용서할 진실한 사과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책 ‘쿨하게 사과하라’는 ‘훌륭한 사과란 가해자가 피해자 혹은 대중들과 진심으로 연결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자신의 직업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자아도취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시작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안희정 전 지사는 그제 검찰 소환에서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소인들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하십니다.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정신의학자 아론 라자르는 책 ‘사과 솔루션’에서 ‘어떤 잘못을 했건 사과드린다’는 애매모호한 인정 , ‘본의 아니게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수동적 인정, ‘만약 제 실수가 있었다면’의 조건부 사과, ‘저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까’의 피해 의심의 사과등을 잘못된 사과의 전형으로 꼽는다.말 행간 중에 읽혀지는 안 전지사의 본심은 ‘나는 사과할 의향이 전혀 없다’이다.

남성들에게 성적 자중이 필요하다는 경각심을 준 것만으로도 미투운동은 여성들에게 혁명 같은 일이었는데 그 본질이 조금 위축되는 것 같다.가해자들의 자살이 일부 남성들과 가부장세대를 자극해 여혐을 부추키고 있고 성범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안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무차별적 2차 피해가 확산되는 조짐이 보인다.낮은 인권의식과 성범죄 타파에 겨우 한발 내딛었을 뿐이다. 영혼없는 후안무치 사과를 하는 안 전지사를 보면서 가해자의 징계 및 권력형 성범죄의 근절이 본질인 미투운동은 계속되어야한다는 생각을 굳힌다. 조미현 기획출판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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