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샘밭5일장
4·9일 열리는 ‘샘밭5일장’ 장거리엔 봄나물 천지
방풍·원추리 등 겨우내 잃었던 입맛 찾아줄 열쇠
도토리묵·장부침개·잔치국수는 장터구경 백미

봄과 어울리는 도시를 꼽으라면 단연 춘천(春川)이다.우리말로 풀면 봄내.그 이름에서 봄 내가 난다.이름 뿐만이 아니다.푸릇푸릇한 봄나물로 물든 시골장터에 가면 봄이 우리 곁에 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4일·9일 장이 서는 신북 샘밭5일장을 찾아 봄의 정취를 즐겨보자.

춥고 길었던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다.꽃샘 추위가 마지막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오는 봄을 막을 순 없다.동장군에 눌려 움츠렸던 몸을 펴고 따뜻한 봄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시골의 장터이다.이미 장터에는 봄이 성큼 들어와 있다.

지난 19일 장날을 맞은 춘천 신북 샘밭5일장.길게 늘어선 좌판에서 봄내음이 물씬 풍긴다.원추리,참취,방풍,제주취,유채,씀바귀,꼬들빼기,노지달래,돗나물 등 봄나물이 장거리를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있다.그 숫자나 양이 어찌나 많은지 마치 산과 들을 통째로 옮겨놓은듯하다.촌로들이 들고 다니는 나물 바구니에도 봄향기가 한가득이다.향이 깊어 입어 넣지 않더라도 침이 고인다.한입 물면 아삭하고 알싸한 맛에 겨우내 잃었던 입맛이 다시 되돌아온다.싱싱함이 눈에 보일 정도로 푸르고 흙냄새도 뿜어내 굳이 ‘자연산’이라고 쓰여진 푯말이 필요없다.농민이 텃밭에서 갓 뽑아냈는지 잔뿌리도 살아있다.가지런하게 놓여진 대형마트 상품처럼 깔끔하지는 않아도 손이 간다.봄나물만 있는게 아니다.새봄에 파종할 씨앗부터 농번기에 쓸 낫과 호미 등의 농기구가 깔려있고,고로쇠물과 지난 가을 거둬 말린 곶감이 구미를 당긴다.이쯤하면 샘밭5일장을 ‘봄의 전령사’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듯하다.

▲ 지난 19일 열린 샘밭5일장은 봄나물을 팔러온 상인과 사러온 손님간의 즐거운 흥정소리로 시끌벅적했다.
▲ 지난 19일 열린 샘밭5일장은 봄나물을 팔러온 상인과 사러온 손님간의 즐거운 흥정소리로 시끌벅적했다.
장꾼들의 얼굴에서도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원래 6000원인데 5000원” “안사도 좋아.일단 잡숴봐”.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서 봄의 활기가 가득하다.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이겨냈기에 봄을 맞는 장꾼들의 기대감도 크다.14년간 샘밭5일장을 지킨 장구현(69)씨는 “집밖으로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춥다보니 시장을 찾는 이가 없었다”며 “날씨도 많이 풀렸으니 이제 장사도 잘되지 않겠냐”고 했다.

한 그릇 후루룩 먹는 잔치국수는 장날 빼놓수 없는 ‘백미’다.봄날 먹는 잔치국수는 분위기 덕분인지 여느 때보다 더 감칠맛이 난다.한켠에서는 장부침개와 도토리묵에 한잔 걸치며 목을 축이고 있다.봄날 장터에도 후한 인심과 흥정을 빠지지 않는다.

촌로가 주섬주섬 나물을 담는 검은봉지는 배가 불룩하고 ,미안하고 고마운 표정의 손님은 꾸깃한 지폐를 건넨다.저울을 앞에 두고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다가도 금새 미소를 주고 받으며 흥정을 이어가는 모습에서는 정겨움이 묻어났다.샘밭5일장에 늘어선 크고 작은 상가는 110여곳에 달해 “없는게 없다”는 상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널찍한 무대에서는 풍물놀이패가 흥을 돋운다.풍물놀이패에 눈이 팔려 있으면 등 뒤에서 뻥튀기 장수가 ‘뻥이요’를 외친다.

샘밭5일장 역시 대형마트에 밀려 설자리가 많이 줄었지만 줄잡아 50년이 넘는 역사를 품은 춘천의 대표 5일장인만큼 봄철 장날이면 1500명 가량이 찾아 북적인다.딱히 물건을 사지 않아도 좋다.따스한 봄볕 속에서 떠들썩한 장터를 누비며 ‘삶 맛’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충전된다.

박상선(59·여·춘천)씨는 “시장에는 사람이 있고,옛 추억도 있어 찾을 맛이 난다”며 “날씨가 포근해져 시간 날 때 자주 찾을 생각이다”고 말했다.김석환 샘밭장터운영협의회장은 “아직도 우리 장터가 모자란 점이 많은 건 인정하지만 관광객들이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다”며 “장터에 조금 더 다양하고 특색있는 상품들을 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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