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뉴욕필하모니의 평양공연은 전 세계가 주목한 빅 이벤트였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때 연주된 ‘아리랑’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당시 로이터는 뉴욕필의 평양공연을 ‘북한의 외교 쿠데타’라고 평가했고,워싱턴포스트는 ‘Sing-Song 외교가 북미관계 정상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와 미국은 각각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문화예술분야에서는 이미 상당한 진전을 이뤄 우리 예술단이 이달 말 평양에서 공연을 갖는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우리측 단장으로 대중 음악계에서 폭넓게 활동한 윤상씨가 선정된 것이다.수석 대표이자 음악감독을 맡은 그는 지난 20일 실무회담을 마친 뒤 “이념과 체제에 얽매이지 않고 감동의 무대를 연출하겠다”고 했다.1990년대 가수로 데뷔한 그는 발라드와 EDM(Electronic dance music),아이돌 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호평을 받았다.그의 강점은 대중과의 매끄러운 소통.사랑합니다(팀),여름밤의 꿈(김현식),입영 열차 안에서(김민우),시간속의 향기(강수지),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황치훈)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윤상 대표가 이끄는 예술단원의 면면도 화려하다.2005년 평양 단독 공연에서 ‘친구여’,‘돌아와요 부산항에’,‘허공’을 부른 ‘가왕’ 조용필과 ‘아름다운 강산’,‘J에게’를 히트시킨 이선희,‘사랑의 미로’의 주인공 최진희가 선봉에 서고 윤도현 밴드,백지영,정인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합류한다.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는 알리와 소녀시대 출신 서현,걸그룹 레드벨벳도 이름을 올렸다.2014년 데뷔한 레드벨벳의 ‘행복’,‘빨간맛’ 등의 노래에 북한주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모아진다.

이번 공연예술단은 모두 대중음악인들로 구성됐다.대중음악은 ‘대량생산,대량매개,대량소비’가 특징.‘대량의 청중을 위해 배급되는 음악’으로 사회주의체제에서는 성장하기 어렵다.자본주의 토양에서 방송과 미디어 등 복합매개체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싸이와 방탄소년단이 입증했듯 우리의 대중음악은 이미 K팝(K-pop)으로 세계화됐다.세계화의 원동력은 ‘공감능력’.동시대 세계인들이 우리의 노래를 받아들인 것이다.이번 평양공연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이유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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