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화천주재 취재부국장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큰 게임을 앞두고 있다.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올림픽만큼 열기가 뜨겁다.선거 캠프가 속속 꾸려지고 필승 전략이 세워지는가 하면,유권자에게 어필할 지역 발전공약과 세대별 맞춤형 공약도 선보인다.선거사무실 외벽엔 후보자의 거대한 인물사진이 등장했다.선거축제가 시작된 것이다.그리고 그 치열함은 군수 선거가 가장 뜨겁다고 할 수 있다.인구 20만~30만 명 규모의 자치단체장을 뽑는 시장 선거에 비해 인구 수 만 명에 불과한 군수 선거는 주민들의 체감지수가 훨씬 높다.전통시장에서 또는 마을길에서도 쉽게 만나 인사하는,얼굴도 알고 성격도 아는 그런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 게임이다.경쟁자들끼리도 너무 익숙한 관계다.운동원들도 마찬가지다.서로 형 동생하며 자란 비슷한 연배들일 수 있다.이 같은 상황을 잘 아는 주민들 입장에선 걱정이 앞선다.분명 후보자의 잘잘못을 따지고,품행을 지적하는 불편한 일들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경쟁이 과열돼 인심이 사나워지고 서로 반목하는 사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더구나 ‘내편 네편’ 하며 주민들끼리 갈라진다면 도대체 선거는 왜 해야 하냐는 비관론도 들린다.여기에 도의원,군의원 선거까지 맞물려 온 마을과 마을 사람들이 갈려 서로 상처받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다.
지방 자치의 꽃이라 불리는 자지단체장 선거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소중한 제도다.험난한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쟁취한 값진 결과물이기도 하다.그러나 이 귀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다치지 않고 활짝 꽃 피게 하는 것은 후보자와 지역 주민의 몫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인내와 예의가 필요하다.후보자 사생활에 대한 관심보다는,정책의 깊이와 철학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터무니 없는 비난과 흑색선전이 없는지,현실성 없는 장밋빛 공약으로 마음을 잡으려는 후보는 없는지 꼼꼼히 읽어야 할 때다.그래서 서로의 관계를 해치지 않고 민주주의의 탐스런 열매를 영글게 해야 한다.
혹자는 우리의 정치와 선거에 스포츠정신을 벤치마킹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양보 없이 치열하게 경기를 펼치지만 정정당당히 룰을 따르면서 진정한 승부를 가르는 것이 아름답지 않냐고….그래서 감아랑과 고다이라의 미소와 포옹을 선거판에서도 보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