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을 치르면서 가장 염려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돈이다.막대한 재정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거였다.다행히 걱정했던 것 보다는 올림픽이 잘 끝났고 결산도 흑자가 예상된다고 한다.물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고 서둘러 예단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올림픽이 국가차원에서 치르는 메가 이벤트가 분명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강원도의 걱정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개최도시 가운데 한 곳인 강릉시가 동계올림픽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채무 제로’를 선언해 주목을 끈다.그동안 올림픽 때문에 재정 압박을 받는다는 볼멘소리를 귀가 따갑게 들어왔다는 점에서 반전의 뉴스라 하겠다.이번 올림픽의 빙상종목 개최지로서 강릉은 최대의 수혜지라는 소리를 들었다.경강선KTX 철도가 놓이면서 오랜 숙원이 해결됐고 강릉을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효과도 톡톡히 봤다.

빚을 지지 않고 올림픽을 잘 치렀다면 그야말로 금메달감이다.강릉시에 따르면 2006년 기준 빚이 1313억 원에 달했다.태풍 ‘루사’와 ‘매미’ 피해로 많은 빚을 졌고 이번 올림픽에도 2073억 원이나 투입됐다.그러나 지난 10여 년 고강도 채무 감축 노력을 기울이면서 올림픽 종료시점인 지난 15일 채무 제로를 선언할 수 있었다고 한다.강원도 18개 시·군 중 11번째,전국 75개 시 단위 기초 자치단체 중 32번째다.

물론 빚이 없다는 그 자체가 자랑은 아니다.그러나 큰돈을 들여 거대 이벤트를 만들고 빚의 수렁을 빠져드는 사례를 많이 봤다.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강릉시의 사례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자치단체의 성패도 결국은 한정된 재원을 얼마나 아끼고 제대로 쓰느냐에 달려있다.살림을 알뜰하게 하고 빚을 없앤다는 것은 필요할 때 쓸 여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다.그만큼 창조적 시정(市政)이 가능해진 것이다.

고금을 막론 돈 씀씀이는 정치의 요체다.예부터 지도자의 덕목으로 ‘절용(節用)’을 꼽았다.공자는 도덕정치의 기준으로 신중히 일하고,신뢰를 얻고,씀씀이를 아끼고,백성을 사랑하며,때를 가려 노역을 벌이는 것 5가지를 들었다.여러 조건의 핵심에 절용이 있다.곧 세금을 아껴 쓴다는 것인데,이게 빠지면 다른 덕목이 다 무너지고 만다.절용정신은 오는 6월 선거에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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