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미술관의 비전
해체주의적 티타늄 비늘 벽면
초기 회의적이던 시민들 또한
완공 1년만에 관광객 130만
‘ 빌바오 효과’ 이후 반대 없어
미술문화핵심 도립미술관 설립
여러 이유로 미뤄지지 않았으면

■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치렀다.패럴림픽으로 확인했듯 장애와 소외된 소수에 대한 차별은 철폐되어야 한다.그것은 강자로서의 다수가 베푸는 배려가 아니다.차별받는 소수 위에 군림하는 다수는 결코 강하지도,옳지만도 않다.패럴림픽 기간 중 가장 심각한 장애를 가졌던 스티븐 호킹도 타계했다.애도가 물결이 되었던 것은 아이작 뉴턴과 찰스 다윈에 필적하는 탁월함 때문이기도 했다.우주를 횡단하는 사유로 장애 없는 우리 모두를 오히려 그가 앞서 이끌었다. 패럴림픽과 그에게 우리는 다시 또 감동을 빚지게 되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올림픽 레거시(legacy)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문화유산화 한다는 것이다.명품 유산을 만드는 가치는 인정되지만 적합한 비용일까가 주로 문제가 되는 듯하다.유지비용 탓에 개막식장을 비롯한 몇 개의 건축물은 철거되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다.수천억 원의 건립비용 못지않게 막대한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활용방안 강구와 관광자원화 노력은 절실하다.그렇다고 문화예술의 기본을 포기하는 계획으로 진행되지는 않기를 바란다.특히 도립미술관 설립이 이로 인해 또 밀리지 않아야 한다.미술에 관한 한 문화유산보존의 첫째 사업이 미술관이다. 행사로서의 연속성보다 애초에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미술관이기 때문이다.비교할 좋은 예는 우리보다 앞서 세운 광역시도의 미술관들이다. 여기서 더 크게 비전을 가지고 본다면 단연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눈길이 간다.

20180316010003.jpg
▲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전경.
빌바오는 스페인의 가장 북쪽에 있는 대서양의 항구도시다. 산악지형의 북쪽 해안이다.우리의 동해안과 비슷하게 높은 산과 해안이 급격히 맞닿아 있는 곳이다.마드리드 북부고원지대가 끝나는 지점의 빌바오 아침은 비가 한창이었다.우중에도 조깅하는 사람들이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것도 꽤나 특이했다.춘천이나 원주 정도의 도시 규모로 산에서 도시가 끝나고 있는 지점의 호텔이어서 옆 강의 경사가 꽤나 되었다. 그 강이 평지를 만나 빌바오 구겐하임을 감싸고 있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프랑스와의 국경이 멀지 않다.두 나라의 국경은 주로 페레네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다.높은 곳은 해발 3000m가 넘는 피레네 산맥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곳이지만 여전히 산악지형이 이어지는 곳이다.원래는 철강 산업이 유명했던 곳인데, 바로 우리나라의 철강이 세계에 수출되면서 이곳은 쇠락하게 된다.그곳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이 생겼다.

20180316010002.jpg
구겐하임은 원래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미술관이다.세계대전 중 당대의 주요 작품의 수호자 역할을 하며 세계적인 작가 작품들을 보존하게 됐다.빌바오 구겐하임은 그 미술관의 스페인 관으로 설립되었다.춤추는 듯 구불거리는 벽면은 반짝이는 티타늄 비늘을 입고 있다.펄떡이는 잉어의 비늘을 보는 듯하다. 건물에 붙어있으니 딱딱하지 않을까 하겠지만 정말 누르면 구부러질 정도로 비늘 같은 외벽이다.전체적으로 건축을 일탈한 듯 자유롭고 천재적이다. 해체주의 건축에 회의적인 시선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도 감탄을 금치 못하는 작품이다.프랑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했다.그의 유명세는 프라하에 있는 ‘댄싱 빌딩’에서 이미 시작되었다.구부러진 철강,유리,벽으로 건물이 트위스트를 추고 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빌바오 구겐하임도 변형과 조작과 뒤틂이 가득해 매우 활동적으로 보인다.어디에서 보아도 솟아오르고 급격하게 휜 모양으로 시선을 놓을 수 없게 한다.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한송이 꽃이 피어나듯 꽃잎 하나하나가 겹쳐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건축에서도,미술의 명성에서도,홍보마케팅에서도 이 미술관의 성공사례는 미술인만이 아니라 어떤 전문가도 설렐 만한 성과를 보여준다.빌바오는 에펠탑이 없던 쇠락한 도시였다. 그곳에 1997년 티타늄 비늘 미술관이 완공된 지 1년 만에 130만의 관광객이 다녀갔다.이후에도 매년 105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호텔 수는 순식간에 10배나 증가했다.유럽에서 가장 여행하고 싶은 도시 10위,투자하기 매력적인 도시 4위가 되었다.이른바 빌바오 효과 이후 미술관에 반대하는 빌바오 시민은 더 이상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환상적인 성과가 오히려 지금 우리 수준에서는 미술관 설립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다.기본적인 미술관도 없는 강원이기 때문이다.기대하는 눈높이만 높아져 설립에 또 시간만 소비하게 될까.이젠 아닐 것이다.도립미술관은 강원미술문화의 중심지다.지속적인 활동을 축적할 수 있는 그릇이다.지식뱅크다.강원미술을 문화유산화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사료들이 쌓이고 그것이 연구되어 여러 가지 형태로 전시되고 발표될 수 있는 장이다.과거와 미래의 하모니, 글로벌 시대의 다양한 주제와 미래지향적 이슈를 다루는 공간으로 강원미술문화생성의 핵심이다.빌바오 구겐하임은 한 발 더 나아가 있다.그것은 모든 미술관들의 비전이자 지표다.



>>> 최형순 미술평론가

정선에서 태어나 정선고·강원대를 졸업했다.서울대 미술이론 석사,홍익대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등을 역임했다.1998년 구상전 공모 평론상을 수상하고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