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握手文化>

▲ 김태수 환동해학회장
▲ 김태수 환동해학회장
악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는 인사법이다.일본인들의 고개 숙여 절하는 인사,인도인들의 이마에 손 대는 인사,태국인들의 합장 등 나라마다 고유한 인사법이 있지만 국제적인 외교나 비즈니스 무대에서는 악수로 인사한다.악수하고 포옹하는 유럽식 인사문화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인사법으로 정착했다.길에서 만나면 고개 숙여 절하던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부턴가 악수가 대중적이고 가장 익숙한 인사법으로 자리잡았다.그런데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수 공해’ ‘악수 몸살’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연장이나 행사장을 가보면 시장·군수·도의원·시의원 등 공직선거에 나선 여러 후보자들이 입구에 진을 치고 만나는 사람마다 악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악수를 청하는 후보자들도 힘들겠지만 내민 손을 잡아야 하는 사람들도 고역이라고 한다.어떤 후보자는 악수하고 돌아서서 몇 분 뒤 다시 손을 내미는데 안 받아주면 기분 나빠 할까봐 두 번 또는 세 번까지 악수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누군지도 모르고 손을 잡는 것이다.악수하고 난 후 참모에게 저 사람이 내 편인지 아닌지 묻기도 하고 또 저 사람은 이중적이라느니 하면서 비난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대학교수로 정년퇴임하신 어르신 한 분은 자식뻘 되는 젊은이가 먼저 손 내미는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했다.또 어떤 사람은 위생적인 면에서 악수가 싫다고 한다.실제 미국을 위시한 서구 등지에서는 근래 들어 악수가 세균을 옮기는 주범이라 하여 악수를 없애고 그 대신 주먹을 살짝 맞부딪히는 주먹인사를 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악수문화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반가운 사람과 만났을 때,헤어질 때,축하할 일이 있을 때 악수와 포옹은 꼭 필요할 것이다.어떤 중요한 일을 함께 해냈을 때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악수도 아름다운 풍경이리라.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악수를 남발하는 선거운동기간의 악수문화는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손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여성이 남성에게,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기본적인 악수예절도 없지 않은가.남이 하니 나도 따라하는 식의 상투적인 악수 보다 참신하고 친근한 나름대로의 인사법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악수의 유래를 보면 적에게 싸울 의사가 없음을 증명하는 표시였다고 한다.중세시대 기사들이 칼을 차고 다니면서 적을 만났을 때는 오른손으로 칼을 빼 들어서 적의를 표현했지만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을 때에는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른손을 내밀어 잡았는데 이것이 악수의 유래가 되었다는 것이다.그야말로 적과의 동침을 위한 인사였다.현대에 들어 악수의 의미가 변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인사법이라 국제무대에서는 당연히 그러한 예법을 수용해야겠지만 지역에서는 우리 나름대로의 공손하고 정이 넘치는 인사로 생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악수가 평범한 사람을 위한 인사라고 믿고,존경하는 사람에게는 악수 대신 항상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한다.우리의 옛 모습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아 가슴 저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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