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는 더 이상 빈말이 아니다.요즘 한걸음 더 나아가 120세 시대라는 말을 듣는다.그만큼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것이다.우리나라만 해도 남녀를 불문하고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었다.문제는 얼마나 건강한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이다.백년 혹은 그 이상 백이십년을 산다고 해도 그 기간이 질병으로 고통 받는 시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고 만다.백세시대란 그만큼 논란의 여지가 많은 화두인 것 같다.

백세시대 도래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있다.올해 99세의 현역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그다.그는 김태길,안병욱 교수와 더불어 우리나라 철학계를 대표하는 트로이카로 꼽힌다.그를 주목하는 것은 100세를 눈앞에 둔 물리학적 연령이 아니라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한다는 점이다.그는 100세를 잘 살려면 일과 여행,사랑이 있어야 하며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에 이르는 기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100세를 현역으로 살아온 그가 내놓는 말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오랜 삶의 시간과 다양한 경험,사색의 결과가 생각의 영토를 그만큼 확장시켜주는 것이다.며칠 전 한 방송에 출연한 그는 정치에 대해서도 부드럽지만 뼈있는 충고를 내놓았다.지난 몇 해 동안 권력의 치부가 있는 그대로 드러나고 전직 대통령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를 지켜봐야 하는 이 때다.그의 말이 울림을 준다.

그는 정치의 역할을 3가지를 꼽았다.첫째 절대 가난을 극복하는 것, 둘째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셋째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정치가 온갖 논리와 수사로 덧칠 돼 그 실체를 알기 어려운 요즘이다.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적어도 돈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배우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이 기본이 흔들리는 데서 오늘날 정치의 위기가 비롯되는 것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데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지난 23일 구속 수감됐다.결국은 정치의 기본을 망각하고 그 본령에서 벗어난 때문일 것이다.큰 정치만 그런 것이 아니다.지난 95년 민선자치가 시작된 이래 선출된 1473명의 단체장 가운데 364명이 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한다.4명 중 1명꼴이다.권력과 자신에 대한 통찰과 중심이 없는 정치가 빚어낸 필연의 결과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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