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의 경계를 이루는 강은 두만강과 압록강이다.백두산 천지로 부터 발원해 동해안과 서해안으로 흐르는 두만강과 압록강은 북한과 중국이 공유하는 강이기도 하다.중국 지린성(吉林省)의 용정시(龍井市)와 도문시(圖們市)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국의 국경도시 중 하나다.용정시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비롯해 선구자 노랫말에 나오는 일송정과 용두레가 있어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도문시 역시 1920년 홍범도가 이끄는 독립군 연합부대가 지린성 봉오동 계곡에서 일본군과 싸워 크게 승리한 전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이 전투는 3·1운동 이후 만주 일대에서 한층 치열해진 독립군의 항일투쟁과정에서 거둔 최초의 승리였다.많은 한국인들이 이곳을 찾는 것도 민족시인 윤동주에 대한 애뜻함과 항일 독립군에 대한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지역이 우리에게 애뜻함과 자부심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북녁땅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이 더 크다.용정시 북·중 국경지역인 삼합(三合)에서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회령시를 가깝게 볼 수가 있다.도문시 역시 중국에서 운영하는 두만강 유람선을 타면 지척에서 북한땅을 접할 수가 있다.70여 년을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땅을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니,이곳을 찾는 한국인이 느끼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17일 찾았던 용정시와 도문시의 국경지역은 예전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북적였던 관광객의 발길은 뚝 끊어진 반면,무장한 중국 군인들이 경계를 눈빛이 국경지역을 압도하고 있었다.북한쪽을 향해 사진을 찍는 것조차 군인들의 제지를 받아야 했다.여기에 북·중을 연결하는 다리마저 폐쇄돼 이젠 긴장감과 적막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도발에 중국도 제재에 참여하면서 북·중간 교류가 크게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여기에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중국군이 국경지대에 대거 이동했다는 얘기까지 더해졌다.그래서 4월과 5월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오늘의 북·중 국경에도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문득 궁금해졌다.아직은 차기만 한 춘삼월 봄바람이 가득했던 북·중 국경에서 느낀 소회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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