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을 타고 번진 동해안 고성산불이 큰 피해를 냈다.‘백두대간=봄철 대형산불’,‘선거가 있는 짝수해’ 징크스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동해안에서는 삼척(1994),고성(1996),고성·양양(1998,2000) 등 짝수 해에 유난히 많은 산불이 발생했다.물론 2005년의 양양낙산사 산불은 예외다.동해안 산불은 유별나다.조선시대에 발생한 전체 63건의 산불 가운데 60%인 38건이 동해안 산불이다.봄철인 1489년(성종 20년·왕조실록)3월25일과 1643년(인조 21년·승정원일기) 4월20일에 발생한 양양산불이 특히 눈길을 끈다.

최악의 동해안 산불은 순조 4년(1804년)에 발생했다.당시 불로 민가 2600호가 소실됐고,61명이 숨졌다.서원과 사찰(6곳),곡식 창고 등도 소실됐다.이에 앞서 현종(1672년)때엔 6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2000년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191시간을 끌며 2만3794ha를 초토화 시켰다.당시 추산한 피해액만 1000억원.1996년에도 3762ha에 227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2005년 발생한 양양산불은 천년 고찰 낙산사를 집어삼키며 394억원의 피해를 냈다.

동해안 산불이 두려운 것은 강풍을 동반하기 때문이다.백두대간을 타고 넘어온 바람은 강하고 건조하다.작은 불씨 만으로도 쉽게 발화된다.초속 20m∼30m바람을 타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불길은 주의의 온갖 것을 불태우며 초토화시킨다.봄철 백두대간의 바람은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디아블로(Diablo Wind)’,LA의 ‘산타아나(Santa Anas·사탄의 바람)을 닮았다.물기 없는 사납고 거친 바람이다.

산불 피해는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생태·경제·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는다.화마가 지나간 자리엔 생명이 발붙일 틈이 없다.복원까지 기나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생물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이다.경제적 손실은 산술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대기오염과 일산화탄소 배출 등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정서적 트라우마 등 사회적 손실도 막대하다.강원도 산불은 2014년 48건에서 2015년 9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2016년에도 81건이 발생했으며 올해만 벌써 17건째다.생명이 움트는 계절,악마의 방문이 너무 잦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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