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는 피울 수 없던 꿈, 전국을 누비며 이루고 있어요”
여행 좋아해 푸드트럭 창업 결정
사업계획서 발표로 초기자금 마련
빵 배달 메뉴 실패에도 다시 도전
만두·돈가스로 연매출 1억 달성

윤남희대표는 평일에는 강원대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주말이면 도내를 비롯해 전국의 축제장으로 향한다.하루에 빚는 만두만 해도 무려 1만개,다섯 시간을 꼬박 만들어야 겨우 3000개를 만들 수 있다.



강원대 별관도서관 앞.학교와 어울리지 않는 이색적인 푸드트럭이 먼저 눈길을 끌고 그 앞에 나란히 줄을 선 학생들이 궁금증을 자아낸다.줄의 끝으로 향하니 앳된 모습의 여성이 만두와 돈가스를 능숙하게 만들어 팔고 있다.올해로 서른살,단 2년만에 연매출 1억의 신화를 쓴 푸드트럭 만두박스 대표 윤남희 씨다.윤 대표는 평일에는 강원대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주말이면 도내를 비롯해 전국의 축제장으로 향한다.하루에 빚는 만두만 해도 무려 1만개,다섯 시간을 꼬박 만들어야 겨우 3000개를 만들 수 있다.하루종일 만두를 빚고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탓에 손목 보호대는 필수,직업병으로 목디스크를 얻어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 윤남희 푸드트럭 만두박스 대표가 자신의 트럭에서 영업을 준비하고있다.
▲ 윤남희 푸드트럭 만두박스 대표가 자신의 트럭에서 영업을 준비하고있다.
윤 대표는 경기 남양주 출신으로 강원대 조경학과를 다녔다.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20대를 보낸 춘천이 애틋해 이곳에 터를 잡았다.윤 대표의 대학시절도 요즘의 청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강원대 입학 후 3년 정도 휴학했고 그동안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기도 했다.졸업 후에는 강원연구원에서 1년 남짓 직장생활도 했다.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독 여행을 좋아했다는 것이다.대학시절에도 강원도 18개 시군은 물론이고 전국 여행지도 섭렵한 그녀는 여행과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직업이 없을지 고민했다.긴 고민의 끝,그 해답은 ‘푸드트럭’으로 향했고 과감히 직장을 포기했다.하지만 모아둔 돈이 하나도 없었다.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할만 도 했지만 그녀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주위 친구들을 모아 그들에게 ‘사업계획서’를 발표하기 시작한 것.차량 구매 계획부터 창업메뉴,판매장소,투자비 상환계획까지 꼼꼼히 기록해 친구들에게 발표했다.기존에 사업을 성공했던 경험도 없는 사회초년생인 그녀를 믿고 주위 친구들의 도움이 이어졌다.200만원부터 500만원까지 친구를 비롯 전혀 모르는 친구의 친구까지 투자해 초기 투자 예상비용으로 2000만원의 목돈이 마련됐다.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던 친구들이 과감히 도전하는 윤 대표의 모습에 자신들의 꿈을 투영했다.친구들은 ‘나는 못해도 윤남희는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윤 대표는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며 1년만에 모든 투자금을 상환했다.

▲ 윤남희 대표가 학생 손님들에게 만두를 건네고 있다.
▲ 윤남희 대표가 학생 손님들에게 만두를 건네고 있다.
실수나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초기 푸드트럭 메뉴는 ‘빵’이었다.컨셉을 ‘빵셔틀’로 잡고 거리와 사람들의 집에 빵을 배달하고자 했다.하지만 빵 숙성 시간이나 발효,보관 등의 문제로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쳤다.고민을 하던 중 강원대 동문회에 나가게 됐고 우연히 만두와 돈가스를 파는 과 선배를 만났다.누구나 좋아하고 유행타지 않는 메뉴라는 생각에 한 달 동안 청소와 설거지를 하며 선배의 가게에서 만두와 돈가스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레시피를 모두 배운 후 본격적으로 푸드트럭을 시작,트럭 운전도 배웠다.‘후진은 박을 때까지’를 모토로 운전했던 1톤 트럭은 앞뒤로 망가지긴 했지만 그녀의 꿈은 구겨지지 않았다.지역 축제장에서 장사하고 남은 날은 축제를 즐길 생각에 부풀었지만 막상 팔리지 않아 밤을 새 춘천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이내 윤 대표는 타겟을 ‘엄마’들로 잡고 춘천시내 아파트를 돌았다.유치원 하원시간에 맞춰 아파트를 찾자 엄마들의 관심이 폭발했다.아이를 키우느라 멀리 나가기 어려운 엄마들에게 푸드트럭은 반갑기만 했다.만두와 돈가스는 아이들 간식으로,저녁 반찬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그 맛을 잊지 못해서 윤 대표를 역으로 찾아오는 단골로 이어지고 있다.

▲ 윤남희 대표와 단골 학생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윤남희 대표와 단골 학생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춘천마임축제,춘천가족음악축제,로맨틱 춘천 페스티벌 등 춘천 대표 축제장에서 푸드트럭들을 볼 수 있게 됐다.윤 대표가 지난 2016년부터 각종 축제장의 문을 먼저 두드렸다.본래 축제와 먹거리는 뗄 수 없는 존재로 각종 노점이나 부스가 주를 이뤘지만 윤 대표는 ‘푸드트럭’이라는 볼거리와 위생과 안전검사를 마쳤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축제 측에 어필했다.윤 대표를 기점으로 강원도와 전국 푸드트럭들이 축제장을 찾았고 어느새 춘천의 축제장의 새로운 명물로 탄생했다.

▲ 인기 메뉴인 ‘돈가스 컵밥’과 ‘환장할 만두’
▲ 인기 메뉴인 ‘돈가스 컵밥’과 ‘환장할 만두’
윤 대표는 푸드트럭의 활동 반경을 더욱 넓히기 위해 지난 12일 강원푸드트럭협동조합을 꾸리고 이사장으로 취임했다.초기 강원도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했던 어려움을 기억해 초보 푸드트럭 운영자에게 도움을 주고 또 각개전투로 활동하던 운영자끼리의 정보 공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현재 강원권에서 활동하는 다섯 대의 푸드트럭이 등록됐으며 총 8명의 조합원이 함께한다.이들과 함께 새로운 사업시장 확대도 꿈꾸고 있다.최근 강원도 지역의 영화 산업 시장이 넓어지는 것을 보고 푸드트럭을 활용한 밥차와 케이터링 사업을 구상했다.얼마 전 춘천에서 촬영 중인 이정재,유지태 주연의 영화 ‘사바하’ 촬영장에 야식차를 운영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윤남희 대표는 2017년 겨울,육체적 괴로움 등을 이유로 푸드트럭을 그만둘 것을 고민하기도 했다.하지만 최근 새 트럭으로 교체하고 전용 로고도 만드는 등 새로운 출발을 준비했다.언제 새로운 준비를 해도 늦지 않은 청춘,꿈을 싣고 달리는 윤남희 대표의 여정이 기대되는 이유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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