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모르게 오는 것이 봄인 듯하다.우리나라는 봄여름 가을 겨울이 뚜렷하다고 한다.누가 그렇다고 주장하지 않아도 그런 줄 다 안다.계절은 경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어느 날 문득 계절이 바뀌었다고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말하자면 겨울이 참 길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눈도 많고 춥기도 하고 그럴 땐 겨울은 영 끝날 것 같지 않다.그러나 어느 순간 그 겨울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부지불식간에 계절이 달라져 있다.

여름이 유별나게 덥다고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오뉴월을 지나 칠팔월에 들면 폭염이 절정에 달한다.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여름은 끝날 것 같지 않다.요지부동일 것 같지만 하루 이틀 지나는 동안 서늘한 기운이 깃들고 머지않아 가을이 온다.계절이라는 게 금을 그어놓은 것도 아닐 테고 물이 흘러가듯 슬그머니 그렇게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맞고 보내는 감회가 이와 다르지 않다.

혹한의 추위 속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른 게 엊그제 같다.이제 그 겨울은 흔적도 없다.문을 열면 천지가 초록으로 물들어가고 그 위에 온갖 꽃들이 자태를 뽐낸다.겨울이 언제 슬그머니 종적을 감춘 것인지,봄은 언제부터 지천인지 분명치 않다.지난달까지도 봄인 듯 겨울인 듯 고개를 갸웃하게 한 날이 섞였다.그 엇박자 속에서도 입춘(立春)과 우수(雨水)·경칩(驚蟄),춘분(春分)을 지나 봄의 중심을 향한 진군이 있었다.

다시 ‘4월’ 한승수 시인은 노래한다.“여기저기 봄꽃들 피었다.//가로수 왕 벚꽃 화려하게 왕관을 쓴 채/임대아파트 울타리에 매달린 어린 개나리를 내려다보고/철없는 목련은 하얀 알몸으로/부잣집 정원에서 일광욕을 한다.//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다/화려함이 다르고. 눈높이가 다르고/사는 동네가 다르지만/그것으로 서로를 무시하지 않는다./빛깔이 다르지만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어우러져서 참 아름다운 세상”

해마다 같은 4월이지만 올해는 각별하다.올림픽을 치른 지난 2,3월 남북한은 오래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멀게는 70여 년의 분단,가깝게는 10여 년의 대치를 풀 실마리를 찾았다.오는 27일에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이에 앞서 어제(2일)는 평양에서 남한예술단 ‘봄이 온다’ 공연이 열렸다.세상을 뒤덮은 봄은 이제 불가역의 사태다.한반도의 해빙무드 또한 이 자연처럼 퇴보가 없기를 바란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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