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다.5일은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나선다는 청명(淸明)이고 그 다음날은 한식이다.들녁은 이미 농사준비로 농부의 손길이 분주하다.산이 많고 북쪽에 위치한 강원도에도 개나리며 진달래가 피기 시작했다.이렇듯 봄기운이 완연한데,느닷없이 “우수 경칩에는 대동강도 풀린다”는 속담을 떠올린다.대동강은 우리나라 북쪽에 위치한 평양에서 흐르는 강이다.한 겨울 추위가 여전한 2월에 꽁꽁 얼었던 대동강이 풀린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그런데도 이런 속담이 있는 것은 아마도 하루빨리 봄을 맞고 싶은 마음 때문일 듯싶다.

하여간 이 속담의 유래로 우리나라에서 가사(歌辭) 중 하나인 ‘대동강 수심가(愁心歌)’가 있다.“태산이 가로막힌 것은 천지간 조작이요/님의 소식 가로막힌 것은 인간의 조작이구나/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리더니/정든 님 말씀에 요 내 속 풀리누나/차마 진정 님 생각 그리워 나 못살겠구나” 여기서 대동강이 풀리듯 정든 님 말씀에 마음이 풀린다는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대동강은 고려 중기 문신인 정지상이 지은 한시(漢詩) ‘송인(送人)’에도 등장한다.“비 갠 긴 둑엔 풀빛이 짙어 가는데(雨歇長堤草色多)/남포에서 임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送君南浦動悲歌)/대동강 물은 어느 때 마르려는지(大同江水何時盡)/해마다 이별 눈물 푸른 강물에 더해지네(別淚年年添綠波)” 이 시는 송별시의 대명사로 불리우고 있을 정도로 당대는 물론 오늘날에도 제법 알려진 구절이다.특히 이별 눈물로 해마다 대동강 물이 더해진다는 마지막 구절은 이 시를 읽은 이들로 하여금 대동강을 이별의 상징으로 여길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엊그제(1일) 남측 공연단은 ‘봄이 온다’를 주제로 대동강이 흐르는 평양에서 첫 공연을 마쳤다.실로 13년 만의 일이었다.이 자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도 참석했다.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예술단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오늘(3일)은 1만2000명 수용이 가능한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합동공연이 펼쳐진다.

대동강이 풀리면 태산조차 막을 수 없고,이별의 눈물은 대동강의 깊이를 더한다고 했다.진한 이별만큼 더 뜨거운 만남을 기약할 것이다.대동강에도 봄이 온 것인가.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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