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속초 설악산 벚꽃 터널
꽃비 맞으며 걷는 황홀경

3월부터 봄이라고들 하지만 꽃샘추위가 있고 무엇인가를 시작해야만 할 것 같은 분주한 기간이라 온전히 봄을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하지만 4월은 조금만 눈을 둘러봐도 말 그대로 사방이 ‘봄’이다.막 피어나는 새싹과 꽃들이 연초부터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쉬었다 가라고 말 붙인다.





곱디고운 모양과 색깔로 피어나는 벚꽃이 우리 발걸음을 붙잡는다.분홍색과 하얀색 그 어느 중간의 색연필을 꺼내들고 다섯 장의 꽃잎을 톡톡톡톡톡 찍어 점묘화를 그리듯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설악산 입구에서 터널을 이뤘다.점묘화의 대표이자 신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쇠라’의 작품만큼이나 색감이 뛰어나다.속초 목우재 터널 입구 삼거리에서 설악산 방향으로 750여m 벚꽃터널은 지금이 아니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도로 양쪽에 나란히 자리 잡은 벚나무들의 가지들이 도로 위에서 만나 터널을 이루며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다.매년 찾아오는 봄,매년 피고 지는 꽃이라는 생각은 집어넣어두길 바란다.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똑같은 시간은 단 한 번도 없을테니.게다가 오랫동안 피어있는 꽃이 아니라 금세 활짝 피고 수수하지만 화려함을 뽐내다가 한순간 지고 마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벚꽃터널에 갈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한낮에 보는 벚꽃과 해가 진 후 보는 벚꽃은 그 기분이 또 다르다.파란하늘을 배경삼은 한낮의 벚꽃은 몽글몽글 예쁜 아이들의 얼굴같다.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새어나온다.달빛 아래 흔들리는 벚꽃을 보고 있으려니 하나 둘 떨어지는 동그란 꽃잎이 뚝하고 떨어지는 눈물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름드리 벚나무에 맺힌 벚꽃과 떨어지며 춤추는 벚꽃의 찰나를 감상하기에는 타박타박 걷는 것을 추천한다.걷다가 운이 좋다면 살랑대는 봄바람에 꽃비를 맞을지도 모른다. 설악산 방문이 그 어느 계절 중 좋지 않을 때가 있을까 싶지만 벚꽃의 연분홍빛이 춤출 무렵인 지금이 속초로 떠날 때다. 박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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