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맞은 정치의 계절.대선 1년 만에 전국이 지방선거 열풍에 휩싸였다.목 좋은 건물마다 후보자의 현수막이 내걸리고 캐치프레이즈가 휘날린다.젊은 일꾼,검증된 능력,준비된 지도자,경제 전문가 등 스스로를 압축한 구호가 요란하다.문구대로라면 금방 세상이 달라질 것 같다.‘내 삶을 바꾸는 정치’,‘저녘이 있는 삶’ 등 한 때 유행한 정치카피도 여전히 표심을 자극한다.이런 류의 구호가 인기를 끄는 건 아직도 우리들의 삶이 과거에 머물러 있거나 팍팍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다.대한민국을 한 묶음에 변화시키고 견인하기 보다는 내가 사는 곳,내가 살 곳의 정치·행정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선거다.당선된 그들이 내 집,우리동네에 변화를 줄 것이다.공원을 만들거나 길을 넓히고,문화공연장을 짓는,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할 것이다.공공 일자리를 늘리거나 기업유치도 기대할 수 있다.그러나 우리가 지금껏 경험한 것처럼 현재의 지방자치는 한계가 분명하다.할 수 있는 일보다 없는 것이 더 많다.그런데 너도나도 그 많은 일을 하겠다고 공언한다.

선거는 어떤 인물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따라서 창의,능력,비전 등 검증 가능한 모든 요소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선거를 귀찮고 하찮은 일로 치부하거나 후보자를 냉소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 내 삶을 바꿀 선택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많은 유권자들이 제대로 된 후보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정당과 후보자도 다르지 않다.지역과 선거구에 최적화된 인물임을 강조해야 한다.캐치프레이즈를 보라.‘과거에 머물까,미래로 갈까’,‘삶은 연습이 아닌 실전’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6.13 선거판에 ‘올드 보이’ 논쟁이 한창이다.후보 기근에 시달리던 자유한국당이 대통령선거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김문수,이인제,김태호씨 등을 광역단체장 후보로 내세우면서다.부름에 응하는 사람이나 이들을 부를 수밖에 없는 당의 처지가 참으로 안쓰럽다.철학과 인물을 통해 보수의 가치를 넓혀야 할 정당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여당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독선과 오만에 사로잡혀 지지층마저 정떨어지게 한다.퇴행정치다.선거가 한줌도 안되는 과거의 향수에 빠져든다면 유권자들의 삶은 바닥을 칠 것이다.언제까지 ‘그 때 그 사람’,‘그 생각’에 머물 것인가.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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