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이가 함께하는 호흡에서 찾는 행복의 여유

비혼의 여러 이유 중 하나라면 ‘육아’를 빼놓을 수 없다.육아의 기쁨은 가족과 부부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생명줄이기도 하다.강원도민일보는 저출산시대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육아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연중 다자녀 가정의 ‘육아일기’를 연재한다.
 

▲ 김만수·전미라 부부는 신생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네자녀를 키우며 바쁜 하루일과를 보내고 있지만 육아의 기쁨도 소중하게 느끼고 있다.


이제 겨우 10개월 애기부터 4살,9살,10살된 네 아이를 키우기란 쉽지 않다.이들 중 한 아이라도 병이 나면 엄마는 늘 고생이다.엄마는 하는 것 없어 보여도 늘 신경 쓸 일들이 쌓여 있다.그 일들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여지없이 쓸려가는 모래성 같다.애써서 반듯하게 만들어도 반짝반짝 티 나지 않는 집안 살림과 잠시 딴청을 부렸다면 여기선 블럭으로 드래곤을 만들고,거실 저쪽은 책으로 산을 이루고 자동차 마저 줄줄이 출동하면 발 딛고 다닐 수 없는 지경이 된다.여기다 빨래까지 정리해야 한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린다.

오늘은 그 많던 일을 뒤로하고 과감하게 외출에 나섰다.그런데 둘째가 아침부터 속이 울렁거린다고 해서 걱정이다.미리 약도 먹였다.점심은 미역국에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걸 보니 덜 아푼가 싶었다.다행히 하루 종일 신나게 놀고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3번 예린이와 1번 예반이가 투덜대며 이것 저것을 요구하지만 운전 중인지라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때였다! 나의 모든 생각을 멈추게 하고 긴장하게 하던 소리 ‘우~엑!’.3번 예린이가 계속 토사물을 쏟아낸다.운전대에서 내려 3번이 있는 자리에 가보니 점심에 먹었던 밥이 믹서된 상태로 바닥에 흥건히 쏟아 냈다.아침부터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생각,‘장염’.

 

▲ 김만수·전미라 부부는 신생아부터 초등학생까지 네자녀를 키우며 바쁜 하루일과를 보내고 있지만 육아의 기쁨도 소중하게 느끼고 있다.


장염은 막내 4번 예건에게 치명적이다.백일 무렵 로타바이러스 약도 먹이지 못해 신경이 곤두섰다.대충 물휴지로 닦아 내리려는데 가방에 있던 물휴지를 통째로 토사물과 함께 버릴판이다.2번이랑 3번을 세트로 묶어 집으로 올려 보냈다.막내를 아기띠에 안고,뒷정리하면서 들어오니 오후 5시다.꼭 아빠가 없는 날에 날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과부도 아닌데 나 혼자만 아이 키우고 있다는 생색,힘들다고 알아주라는 공로주의가 머리를 파고든다.그 생각들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2번 3번을 그대로 화장실로 옮겨 놓고 물로 씻기고 또 씻기고 또 헹구고 목욕까지 하고 나왔다.그다음 날 반기는 묵직하고 흉한 물건 카시트 으~악! 소리치고 싶었다.점심에 먹던 밥 알갱이들 까만 미역들 샤워기 물 뿌리면서 흘려보내지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넌? 뭐니”하고 묻고 있었다.현관문부터 거실까지 3번 예린이가 흘린 토사물 흔적에 맞추어 살균소독제를 과하게 투여했다.엄청난 양이다.그래도 안심이 찾아오지 않는다.내 마음을 아는지 몸이 자연스럽게 스팀청소기를 들고 여기 저기 청소하고 있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도 계속 아프다.마음도 몸도 말이다.“내 아이 대신 아프고 싶고,그냥 내가 아프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을 수없이 샘없이 한다.고열이라도 나면 3~4 시간 간격으로 열을 떨어지길 바라면서 해열제 먹이는 것도 어깨 꽉 잡고 말 못하는 어린애 입에 약을 넣는 것도 다 엄마 몫이다.밤새 아이가 뒤척이는 소리,콜록! 기침소리에 엄마의 단잠이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가 버린다.그래도 아이 키우면서 품안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말에 위로를 삼는다.힘들어도 가장 행복한 이 시간,행복해 지고 싶다.이 행복을 즐길 수 있는 여유.그 여유가 밤톨만큼 생기는 것도 아마도 내 아이가 나랑 익숙해져 가는 호흡이 아닐까 싶다.그 시간이 점점 나아지길 오늘도 손 모아 본다.장염증세로 고생문 열리겠다 싶어 마음 단디먹었는데 이날 열이 안 나서 얼마나 감사한지 이날 청소만 오지게 했다.그래서 더 개운하고 감사한 하루이다. 전미라·춘천시 퇴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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