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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의 미래

이수영 2018년 04월 13일 금요일
▲ 이수영 화천주재 취재부국장
▲ 이수영 화천주재 취재부국장
‘친절한 반말보단 정겨운 존댓말을… 아들! 우리가 가족 될께요… 바가지 불친절 오명 이제는 벗자!’.절박한 문구를 담은 현수막들은 요즘 화천 읍내뿐 아니라 강변과 외곽도로에 병풍처럼 걸려 있다.지역 상인들과 사회단체가 그간의 불친절에 대해 반성하고 자정을 다짐하는 의지를 군장병과 면회객들에게 전하는 것이다.그러나 이런 낯선 봄 풍경은 한편으로 접경지 경제의 현주소를 읽게 하는 자화상이기도 하다.

올해 초 주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일희일비해야 했다.처음 상인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것은 국방부의 군장병 외출외박 제한구역(위수지) 해제 소식이었다.외출 외박 나온 장병들이 부대 소재 지역을 벗어나 어디든 나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국방부가 추후 지방자치단체,주민대표와 협의를 거쳐 연내에 ‘지역맞춤형’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방침을 바꾸면서 잦아들긴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다.이어 발표된 방안은 상인들이 반색할만한 정책이었다.국방부가 군 장병들의 평일 일과 후 외출 허용 방안을 검토한 것이다.접경지 주민들은 지역의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며 환영했다.숙박 요식업소를 비롯한 상가와 상인들은 바가지요금 퇴출을 다짐하며 서비스 질을 높이기로 다짐했다.이처럼 정부정책 하나에 울고 웃는 것이 접경지의 현실이다.그간 전방이라는 이유만으로 각종 규제를 감내했던 접경지역 주민들은 운명처럼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더 이상 군부대 의존적 체제로는 접경지 경제를 지탱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뜻 있는 사람들의 지적이다.자생 산업의 성장 없이는 경제 발전뿐 아니라 지역의 존재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론도 등장한다.화천과 철원,양구와 인제 등 도내 접경지가 다 함께 안고 있는 숙제다.해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을 대외적인 원인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다.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 빈약한 산업기반을 재정비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악재가 많지만 호재도 있다.수도권 등 대도시와의 도로 철도망이 속속 추진되고,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 조짐도 엿보인다.대도시 사람들은 청정 먹거리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미세먼지로부터 탈출해 산촌을 향하는 차량들이 주말마다 장사진을 이룬다.이런 모든 상황들이 청정지역을 가지고 있는 접경지가 산업 기반을 만들 토대가 된다.

전체 면적의 70% 이상인 산악을 활용한 임업의 활성화도 대안이 될 수 있다.산채와 약초 등 청정 임산물 생산과 함께 생산지를 체험·관광·서비스 콘텐츠로 만드는 6차 산업이 그것이다.교통 접근성 개선에 따른 기업 유치와 기업 및 기관 연수원 조성도 각 지자체가 추진할만한 사업이다.접경지 지자체들과의 연대를 통한 산업·SOC 벨트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부가가치 농업 작물 개발도 필요하다.그러나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력 없이는 이 같은 구상은 상상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6월 자치단체장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향후 접경지의 미래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특히 자생력 있는 산업기반과 성장 동력을 어떻게 만들지가 관건이다.막연한 구호가 아닌,구체적인 청사진과 실행 계획이 공약에 포함돼야만 유권자를 납득시킬 수 있다.군 장병에 대한 서비스질을 높이고 친절 의식도 제고해야 하지만 ‘민관군 화합을 통한 경기 활성화’만 외쳐서는 지역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외부의 변수에 흔들리지 않을 ‘자생적 산업 기반’을 만들지 않는다면,접경지 자치단체는 ‘소멸’의 길로 접어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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