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이 갈수록 빨라지는 것 같다.나이를 먹으면서 그 속도감이 달라진다고도 한다.학창시절 더디기만 하던 시간이 있었다.군대 생활 3년은 끝날 것 같지 않은 세월이었다.그 더딘 시간이 어느 고비를 넘는 순간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우스개 얘기지만 40대는 40㎞,50대는 50㎞, 60대는 60㎞ 이런 식으로 속도가 붙는다고 한다.시간의 길이가 달라졌을 턱이 없으므로 우리의 지각과 인식의 문제일 것이다.

시간의 흐름과 삶의 방식,더 정확이 말하자면 삶의 속도가 달라진 것도 한 요인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뭐든 바삐 움직여야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다.이전의 농사처럼 비오는 날은 쉬고 중간 중간 이집 저집 잔치에도 다녀오고 하는 식의 매듭이 없어진 것이다.그저 쾌속으로 질주하는 것이 지고(至高)의 선이요,최선의 방식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마음이 조급해지면 시간은 그만큼 더 생각과 몸으로부터 빨리 달아난다.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고 삶에 주어진 시간은 이전과는 비교가 어려울 만큼 늘어났다.우리나라 만해도 남녀를 불문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는다.수명이 늘어난 것을 확인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잔치의 변천사다.태어나 숱한 고비를 넘기고 한 갑자를 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그래서 만 60세가 되면 환갑잔치를 여는 것이 통례에 속했다.70세에는 고희연을,80세에는 팔순연을 여는 게 미풍이었다.

언제부터인지 환갑잔치가 사라졌나 싶더니 칠순잔치 이야기도 쑥 들어간 것 같다.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마을회관에 가면 70세는 청년이란 소리를 듣고 잔심부름 하는 군번이라고 한다.먹고 살만한 탓도 있지만 환갑잔치한다는 건 쑥스러운 일이고 칠순잔치 또한 이전처럼 마을잔치로 판을 키우는 데는 머쓱한 데가 있는 모양이다.이런 잔치가 결국 나이를 드러내는 것인데 굳이 스스로 재삼 확인할 것까지 있나 하는 의식이 작용한 건 아닌지 모른다.

노인의 현행 법적 기준은 65세다.이 기준이 국민인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한다.최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69세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인의 기준을 68.9세로 응답했다.지난 2015년 대한노인회도 70세로 기준을 바꿔줄 것을 제안한 바 있다.이웃나라 일본도 이런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70세 상향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한다.사람의 생각과 법적 기준의 불일치를 바로 잡을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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