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소설가 사라마구의 장편소설 ‘죽음의 중지’란 작품이 요즘 새삼 떠오른다.죽음이 없는 가상사회를 설정하고 그로 인한 사회문제를 짚어본 소설이라 하겠다.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인간들의 난감한 일상을 세세하게 그려본 것이다.죽을 수 없게 된 미래의 도시는 인간의 낙원이 아니라 지옥이었다.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노인은 죽고 싶은데 죽을 수 없어 죽을 수 있는 이웃나라로 밀입국하는 어이없는 장면이 나온다.죽고는 싶은데 죽을 수 없는 나라.그런 공포를 안고 이 노인이 죽기 위해 숲을 헤매다가 마침내 죽을 수 있는 나라의 국경을 넘어서 마침내 기쁘게 죽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난다.이 작품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만약에 이 소설대로 가상이 현실로 바뀐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우선 장례업체가 없어질 것이다.양로원,의료기관도 없어질 것이다.공원묘지도 사라진다.출생만 있고 죽음이 없는 사회.죽음이 정지된 사회는 참으로 끔찍한 사회가 될 것이다.생각건대 인간은 왜 오래 살기를 바라는가.과연 오래 살면 행복해지는 것일까.오래 살고도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없다면 나라와 자식들께 부끄러운 일이다.죽음을 연기하는 의학기술이 발달해도 죽을 사람은 죽는 것이 행복하다. 진정 죽을 수 있어도 죽을 수 없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얼마나 무서운 사회가 될 것인가.

그건 사라마구 소설가의 소설처럼 낙원이 아니라 지옥이 될 것이다.고령화 사회는 행복을 가져오는 사회가 아니다.오늘의 고령사회가 안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오래 사는 사회가 희망사항일 수는 없다.오래 사는 것이 인간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100년을 사는 것도 지겹다.짧게 살아도 보람 있게 살다 가는 것이 참된 삶일 것이다.무엇을 더 볼 것이 있으며 누리고 싶은 게 있겠는가.하늘이 정해준 명대로 살다 가는 것이 복일 것이다. 정일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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