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범 변호사

▲ 심재범 변호사
▲ 심재범 변호사
마타도어는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모략하고 그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해 하는 흑색선전이란 뜻으로 정치권에서 널리 쓰이는 말이다.마지막에 소의 정수리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를 뜻하는 스페인어(matador·마따도르)에서 유래했다.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건물 곳곳에 걸려있는 대형 걸개와 후보자들이 차량 이동이 많은 교차로에서 허리가 부러져라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얼마 전 필자의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어린이회장선거가 있었다.선거의 열기와 후보자들의 입후보 변(辯)은 기성 선거 못지않게 뜨겁고 당찼다.후보자는 후보등록을 마친 후 사전 안내되어진 선거 규칙에 따라 제한된 선거운동원과 피켓 및 포스터의 수에 맞추어 전략을 짜고 선거운동 기간 3일 동안 최선을 다해서 선거운동을 펼쳤다.선거운동 규칙 중에 눈에 띠는 것은 상대방 후보를 비난하여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경고 조치 후 후보자격을 박탈하도록 한 것이다.이에 따라 후보자들은 단 한 번도 상대 후보를 비난하지 않고 자신이 당선이 되기 위해 인물론과 공약을 설파하는 것에 매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그 과정에서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다른 후보를 격려하면서 그 후보의 선거운동 방식과 연설에 대하여 칭찬을 하였다는 것이다.선거 이후에도 결과에 상관없이 아이들은 서로 함께 뛰어 놀며 여전히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무엇보다 후보자 중 한명이 화장실에 비치된 고체비누의 불편함을 지적하면서 액상비누로 교체하여 줄 것을 교장선생님께 건의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는데 교장선생님이 이를 듣고 곧바로 액상비누로 교체하여 주었고 이에 학생들도 공약이 실현되었다는 점에 대해 많은 기쁨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국지방동시선거 과정에서 일부 후보자들은 자신의 인물론과 공약 개발에 매진하기보다는 다른 후보의 흠을 찾기 위해 열을 올리고,도저히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약 내지 구체적 내용이 없는 추상적인 공약으로 유권자를 선동하고 있다.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자신이 왜 후보가 되었고 왜 당선이 되어 그 직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유권자에게 설명해야 한다.어떤 후보자가 부적격하고 당선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하여는 유권자가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다.

우리는 지난 24년 동안 중앙집권적이고 엘리트 위주의 정치에서 벗어나 지역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하여 지방자치와 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지장자치제도를 구현하여 왔다.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부적격한 자들이 선거에서 당선되어 불법적이고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것을 얼마나 많이 보아 왔는가.선거의 결과는 우리의 삶의 건너편에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되는 것에 한탄만 하지 말고 제대로 살펴보고 제대로 투표하여야 한다.다른 후보를 험담하는 후보,지역에 대한 고민 없이 추상적이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에 대하여는 우리 마음속에서 우선적으로 아웃시키는 것이 어떨까.최소한 초등학교 어린이회장선거보다 낫지는 못하더라고 비슷한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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